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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 Taeeun Kim Sep 22. 2017

권진원 '살다보면' 주민센터서 노래

난생 처음 30명 주민 앞 '쇼미더탈핵' 콘서트


북한산 자락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마을에 싱어송라이터 권진원(서울예대 교수)이 나타났다. 21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홍은1동 주민센터에 깜짝 등장해 울림 깊은 목소리로 30명 남짓의 주민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최근 이슈가 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관련, 건설반대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탈핵·반원전 선언 캠페인 ‘쇼미더탈핵’의 취지에 공감해 이날 난생 처음 초소형 무대에 섰다.      


압도적 보컬로 ‘푸른 강물 위의 지하철’을 부르며 인사를 대신한 권진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외에는 원전의 위험성을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그 심각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면서 “‘평화를 원한다면 당신이 만들어라’는 격언이 떠올라 오늘 자리하게 됐다. 안전한 지구에서 오늘 같은 평화로운 저녁을 살고 싶어 원전을 반대 한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대표곡 ‘살다보면’을 열창하자 무대는 금세 뜨겁게 달아올랐다. 주민들은 발로 박자를 맞추거나 박수를 치며 크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권진원은 “‘살다보면’을 몇 천~몇 만 번 불렀을 텐데 관객과 하나가 된 느낌이 이리 강렬했던 것은 처음인 것만 같다. 정말 여러분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불렀다”고 감격했다.      

지난 겨울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불렀던 ‘그대와 꽃피운다’로 무대를 마치자 주민들은 열렬한 박수와 함께 ‘앙코르’를 열띤 목소리로 외쳤다. 재등장한 권진원은 “홍제천의 예쁜 모습을 보자 갑자기 ‘가을밤’이라는 동요가 떠올랐다”며 예정하지 않았던 곡을 무반주로 소화하는 특별한 무대를 선보였다.      


권진원은 “이런 소규모 무대는 처음인데 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 속에서 차 소리, 벌레우는 소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들을 들으며 노래하자니 일상 속에 존재하는 음악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됐다”며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예술인이 꼭 사회참여를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사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표현하고 싶다면 자신만의 방법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폭풍 같은 격동기와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보내면서 내 마음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부르게 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탈원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평화로운 나라, 평화로운 지구, 우리 손으로 꽃피워냅니다’라는 친필 사인도 남겼다.      


“80년대 말 사회상황이 혼란스러울 때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면 힘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찾은 것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였다. 그 이후 솔로 활동을 하면서도 그 정신을 잊지 않고 진정으로 대중과 함께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려고 한다”는 소신을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이날 자리를 마련한 홍은1동주민센터 임병효 동장은 “권진원씨는 무대가 크든 작든 상관하지 않고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는 가수로 알고 있다.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데는 무대 크기가 상관없는 것 아니냐”며 “반원전 문제라는 국가적 의제로 조그마한 동사무소(주민센터)에서 콘서트가 열린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홍은1동에 위치한 호박골에너지자립마을 이진원 대표는 “권진원씨의 라이브를 듣는 것은 남다른 경험이었다. 우리 동네까지 와서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것을 마을활동가로서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며 “인류가 원전 대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깨끗한 지구를 만들어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말했다.   

   

한편 ‘쇼미더탈핵(www.facebook.com/showmethetalhack)’ 캠페인 추진단은 시민들의 후원금을 모아 소셜테이너 가수들과 릴레이 탈핵 콘서트를 이어왔다. 후원금 입금(후원 계좌번호 : 신한은행 110-413-396196(최영미)) 후 문자(휴대폰 010-2743-8656)로 관람 희망 콘서트를 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초대권을 제공한다. 지난 5일 가수 장필순을 시작으로 14일 이상은, 19일 최고은, 21일 권진원이 각각 콘서트를 열었다. 26일 박기영이 서울 동작구 상도3동 주민센터 강당에서 최종 무대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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