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을 시작하던 첫 해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비상이었다. 2주만 견디면 괜찮아질 거라더니 한 달이 지나갔고 유치원 졸업식은 부모의 참관 없이 아이들끼리만 이루어졌다. 마스크 벗을 날이 2주씩 연장되다가, 1년 후로 혹은 기약 없이 미뤄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초등학교 입학식도 결국 취소되었고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만 홈스쿨을 하게 될 줄 알았더니, 모든 아이들이 절반은 홈스쿨러나 마찬가지인 게 아닌가.
학교에는 처음부터 정원외 관리를 신청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갑작스럽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폭력, 그중에서도 아동학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연일 보도되는 아동학대 수준은 대다수의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방임된 아이들은 밥을 굶었다. 학교에 다닌다면 적어도 점심 식사는 제대로 할 수 있었을 텐데. 어떤 아이들은 심한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선생님들에게 발견될 기회가 없었던 것이 문제로 드러났다. 또 입학할 나이가 되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되는 아이들에 대한 염려도 컸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다른 아이들도 코로나 19로 등교를 못 하고 있어요. 집에서 자유롭게 공부하시되 서류상으로 1학년은 마치는 게 어떨까 싶어요. 아이가 잘 있는지 학교에서 살펴볼 의무도 있고, 아이가 만약 내년에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한다면 도움이 될 거예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오히려 전보다 집에서 학습을 할 수 있는 도구들이 많아진 셈이었다.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마치 좋은 상담가와 같은 따스함과 예민함을 갖춘 분이셨다. 아이와 부모를 진심으로 대해주실 수 있는 분이었고 도움을 주려고 애쓰셨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나로서도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했다. 선생님과 학부모 상담도 하고, 교과서도 받아오고, 아이와 선생님이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경험이었다. 학교로부터 쏟아지는 알림장에 정신이 없기도 하고, 때맞춰 결석 사유서도 제출해야 해서 홈스쿨러인지 아닌지 애매하긴 했으나, 그 당시엔 모두가 그렇게 애매했다.
"언니, 온라인 수업 정말 힘들어! 애들 수업이 엄마 수업이나 마찬가지라니까? 옆에서 챙겨줄 것도 많고, 숙제는 또 얼마나 많은지. 그거 다 엄마 숙제야."
우리 아이와 동갑내기 딸을 둔 친한 동생은 볼멘소리를 했다. 온라인 수업이 처음인 아이들은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모르니 그럴 만도 했다. 또 거리두기 방침이 바뀔 때마다 등교 방침도 바뀌었기 때문에 학교나 학부모들은 신경이 곤두설 밖에.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둘 이상인 집은 더 비상이었다. 컴퓨터나 태블릿이 두 개 이상 필요하고, 수업을 할 장소도 따로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모들은 어린아이들만 집에 두고 출근을 하려니 마음이 심란했고, 아이들의 학습 격차도 양극화되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홈스쿨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적잖게 나타났다. 홈스쿨러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했고,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