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고 싶어요

소원도 열심히 빌어야 성취된다

by Surie

1:1 영어, 중국어 회화 앱 튜터링에서 운영총괄을 맡고 있지만, 튜터링에서 튜터로 내가 직접 가르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적인 콘텐츠 연구원도 아니기에 "영어(및 다른 외국어, 이 글에서는 대표적으로 "영어"로 얘기할께요)를 잘하고 싶어요"라는 소원을 들어줄 램프의 요정은 되지 못한다. 하긴 누구라고 그 소원을 뚝딱 이뤄줄 지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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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다른 플랫폼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되면서 몇 차수를 반복하다보니 기본적인 과정 외 "영어를 잘 하는 법"에 대한 문의도 많이 들어와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네이버나 구글에 "영어 공부법", "영어 잘하는 법" 같은 키워드만 검색해봐도 수 천, 수 만 가지의 글들이 나올테니 내 글이 회자될 부담을 덜어놓고 그 수 만 개의 글 중에 하나를 살짝 얹는다.


1. "입력" 하세요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서 가장 중요한 입력이 부족한 분들이 있다. 아이가 "엄마"라는 첫 말을 하기 위해 그 단어를 수 만 번씩 듣고 그 작은 입을 오무려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보내는 것처럼,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도 많은 입력이 필요하다.

영어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면 영어 자체가 싫어져서 영어 듣기는 물론 읽는 것도 고역인 분들도 있을테지만, 그래도 입력은 필요하다. 영어학습법 중에 "영어 흘려듣기"라는 1,000 시간 자막 없이 미드 보기라던가, 아이 영어 동화책 들려주기 같은 학습법도 있다지만 그렇게 각 잡고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세우고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자기가 좋아하는 걸 영어로 찾아보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나는 출퇴근 길이나 운동을 하면서 팟캐스트를 즐겨듣는데, 주로 뉴스나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 현상에 대한 대담 프로그램을 듣는다. 내용을 억지로 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듣다보면 내가 관심있는 단어들이 들리는데, 그 때만이라도 잠깐 집중해서 대략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Isarel"이 언급되면 귀를 쫑긋 세워서 (살았던 곳이라 관심이 많다) 들어보면 "요새 코로나가 더 확산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런 내용들을 캐치할 수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오늘 아침 출근길에 운전하면서 들은 (우리 말로 된) 라디오 내용은 다 기억나나? 그걸 굳이 내용을 다 이해하고 기억하지 못한다고 자책할 필요는 전혀 없다.

미드가 좋은 사람이라면 미드를 봐도 좋고, (단, 자막을 꼭 보면 안된다, 영어자막을 봐라, 같은 말들은 무시하고 영어를 듣는 것에 집중해보자), 팝송을 들어도 고, 책이나 잡지를 보는 것도 좋다. 아니면 일반적인 영어공부법처럼 단어 외우고 예문 암기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뭐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입력을 해야 뇌에서 출력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2. "출력" 하세요.


대부분 영어를 좀 공부한다고 하는 분들을 보면, "입력"을 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름 학습지도 사고, 책도 보고, 미드도 보고 영드도 보고, 팟캐스트도 보고, 좀 열심히 한다 싶으면 이코노미스트지 같은 영어 잡지도 구독해서 본다. 그런데, 왜, 영어는 아직도 잘 안될까?

학생 때부터 이어져온 우리의 학습 습관이 "입력"이 충분히 되면 "아 배부르다~" 생각하고 그만 멈추는데에 문제가 있다. 학습 목표를 "오늘 단어 10개 외우기", "오늘 미드 한 편 보기", "한 시간 동안 영어 책 읽기" 처럼 양적인 측정지표로 가지고 있기에 "오늘은 이만하면 됐어!" 라고 생각하며 내심 뿌듯하게 공부를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하지만 출력이 없는 학습은 무의미하다. 학습의 목표가 자기 만족이 아닌 이상, 출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입력이 듣기(보기)와 읽기라면 출력은 말하기와 쓰기다. 단어와 문장을 소리내어 말하는 것, 그리고 한 줄이라도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내 입과 내 손을 거쳐 단순히 통과되어 나가는 출력은 무의미하다(즉, pass through하는 것은 출력이라고 할 수 없다). 혼자서 중얼중얼 따라 읽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상황에서 쓰일 수 있도록 단어와 표현을 바꿔가면서 말을 해보는 연습이 필요하고, 나의 일상부터 시작해서 나를 표현하기 위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나의 생각대로 표현하는 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 그래서 뭐부터 할까요?


여기까지는 어쩌면 너무 뻔한 이야기. 콕 찝어서 원포인트 레슨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그래서 어쩌라는 얘기지?" 싶을 것 같다(그런 분들을 많이 만났다). 대한민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충실이 이행한 분들이라는 가정 하에 효율적인 영어 공부 방법을 말씀드리자면 아래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네 자신을 알라" : 본인의 하루 가용한 학습 시간과 흥미로운 주제를 찾는다


- "습관화하라" : 매일 10분? 30분? (사실 30분도 매일 해보시면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가능한 시간에 빠지지 않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학습 소재를 찾는다. 추천하자면 "네이버 영어 오늘의 회화" 같은 팟캐스트를 매일 듣고, 따라 말하고, 쓰는데 걸리는 시간이 20분 안쪽이다.


- "생활화하라" : 미드 하나 조져야지! 라고 생각하고 남들 다 본다는 "Friends" 나 "How I met your mother" 나 "Suits" 나.. 다 좋다. 근데 나한테는 안맞는데 계속 보는 것도 고역이다. 그냥 보고 싶은 거 보자. "The Office" 본다고 비즈니스 영어 1도 안나온다. "출력"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스스로를 영어 환경에 많이 노출시키자. 추천하자면, 나는 인터넷 라디오를 거의 하루 종일 켜놓는다. 그렇다고 Talk 중심의 라디오도 아니다. 주로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을 듣는데 매시 짤막한 뉴스도 나오고 광고도 나오는 그런 채널을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계속 듣게 된다.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재밌는 소설 하나 잡아서 읽어보면 좋은데, 좀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영역한 문고판 서적이 잘 읽히고 재미도 있다.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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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력하라" : 위에서 말했다시피, 출력의 핵심은 표현이다. 기계적으로 따라 말하는 출력은 입력을 도와주는 보조행위일 뿐이다. 자신의 말로 소화해서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출력이다. 그러면 출력은 어떻게 하나? 말하기가 좋은 건 알고 있지만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고 전화영어 같은 수단은 돈이 든다. 그런 방법도 좋지만, 일단, 쓰자.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의 뇌작용 매커니즘은 같다. 단지 출력기관이 입이냐 손이냐의 문제다. 글로 쓸 수 있는 표현과 문장은 말로도 할 수 있다. 매일 일기를 쓰는 건 너무 거창한 목표가 될 수 있다. 하루 한 줄, 손으로 쓰는게 익숙하지 않다면 앱을 쓰던지, 트위터에 기록해보자(계정 열어봐야 아무도 안본다). 직장인이라면 하루 업무 일지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영어로 기록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실 해보면 별 것 아닌데, 별 것 아닌 것 때문에 오히려 소홀해지기 쉽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리고 학습 효과도 단번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단기간에 실력을 (사실 평가 점수를 올리기 위한 방법은 아니다) 올린다고 해서 그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습관화하고 생활화하는 방법 뿐이다. 신체 능력도 시간이 지날 수록 떨어지는데 언어 능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부터 해보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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