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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n 06. 2020

싫든 좋든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시대도 영원하진 않을 것입니다. 과거 왕이나 귀족, 심지어 종교가 지배하던 시대도 그 당시 사람들은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결국 끝은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 죽기 전에 자본주의 시대가 끝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자! 그럼 싫든 좋든 우리가 살고 있다는 자본주의 사회는 어떤 곳일까요? 자본(資本)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를 말하죠. 비록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곳이지만 사실 그 속성을 잘 모르고 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치 숲 속에 살고 있으면 산 전체를 보기 어렵 듯이 말입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학창시절 또는 사회에 나와서 경제학 원론을 공부하신 분이 있을 겁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생산의 3요소를 토지, 노동, 자본이라고 합니다. 이 3요소가 다 중요해 이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배우게 되죠.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하일브로너(Robert Heilbroner)는 경제학에서 생산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며, 이것을 가진 이들 사이에는 사회적 관계가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노동을 가장 중시한 사람도 있습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그렇습니다. 바로 공산주의를 창시한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죠. 하지만 그는 오판을 한 것 같습니다. 생산의 3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이었던 겁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다른 것도 중요한 데 자본이 좀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로지 자본만이 중요하고 나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죠. 아! 어디까지나 지금이 자본주의 시대이니까 그렇다는 겁니다. 토지주의나 노동주의 시대는 용어조차 생소할 정도죠.




그럼 자본이 지배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자본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노동을 가진 자도 토지를 가진 자도 결국 자본을 가진 자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이야기죠.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미국 뉴욕대 교수인 대니얼 앨트먼(Daniel Aitman)이 지은 「10년후 미래(Outrageous Fortunes)」라는 책에서도 소개가 되어 있는데요.


이 책을 보면 유럽국가들의 식민주의가 막을 내린 지 반세기 만에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국주의 국가에 의해 무력으로 정복당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 스스로 영토와 자원을 파는 식으로 식민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거죠. 자원을 사는 국가들은 미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가치 있는 자원 확보 가능성에 관심을 가지죠. 하지만 자원을 파는 국가들의 관심사는 물론 당장의 돈입니다. 결국은 자신들의 자원이나 토지를 자본을 축적한 국가나 외국기업에 파는 형태로 종속적인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해외자원 확보에 관련해 선두를 지켜 왔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의 국영기업과 정보기관들은 광산개발, 에너지개발 그리고 경작지 확보(농장, 논 등)에 최소한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왔고 이들이 투자한 국가에는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국가들이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그 결과 2만 제곱미터 땅이 장기임대 되거나 영구적으로 소유권이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과 같은 경제 식민지 개척국들은 이러한 일들을 아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당장 눈 앞의 막대한 보상을 제공하거나, 심지어 대상국가 정부의 여러 관리들에게 뇌물을 건넬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차이날코(Chinalco)는 칠레의 '모로코 차'라는 마을에 구리광맥을 개발하기 위해 한 가구당 한 채의 새로운 주택과 2,000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했습니다. 마을 주민의 대다수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투표에 찬성했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강제로 축출당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공산당 1당 독재인 중국조차도 자본주의 시대에서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자신들의 자본을 이용해서 다른 국가들의 자원과 땅을 지배하는 모습을 보면 말입니다.




이쯤 되면 중국에 대한 반감이 생기시는 분도 있겠군요. 과거 혹독한 식민지 경험을 한 우리로서는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 개척에 적극적인 중국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중국만을 욕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이죠.


한국의 정부기관과 기업들도 아프리카, 러시아, 남아공에서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이 눈독을 들이는 지역 가운데 하나였던 캄보디아 정부와 토지 소유권 이전 계약을 맺었고 캄보디아 농부들은 심지어 자신들을 보호해야 할 자국의 군대가 오히려 자신들을 쫓아내기 위해 나타난 뒤에서야 비로소 토지 매각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내로남불’ 아닌가! 과연 미래의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미명 하에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이렇듯 자본이 있으면 남의 나라의 땅도 자원도 심지어 군사력까지도 지배할 수 있는 시대이니 하물며 같은 나라 안에서는 말해야 무엇 하겠습니까? 다시 한번 느껴집니다. 노동력이나 군사력이 아닌 자본의 힘이 지배하는 세상, 우리는 싫든 좋든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김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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