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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y 31. 2020

복리의 마법, 이젠 철 지난 이야기!!!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복리의 마법을 설명한 가장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바로 미국 맨하튼의 땅을 판 아메리카 원주민 이야기일 겁니다. 1626년 네덜란드계 미국 이민자들에게 단돈 24달러에 맨하튼을 판 원주민들은 바보 같은 거래를 한 것 같지만 만약 그 돈 24달러를 약 380년 동안 연복리 8%로 예금을 했다면 오늘날 120조 달러가 넘게 된다는 것이죠. 이 돈이면 지금의 맨하튼을 사고도 돈이 남아 LA까지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마술을 부리는 복리가 얼마나 대단한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투자의 귀재였던 존 템플턴이 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어떤 분들은 '설마 24달러가 120조 달러로 불어난다고?' 라고 의문을 제기하실지 모르겠지만 복리라는 이자계산 방식을 이용하면 실제로 가능한 일입니다.


예금을 하면 이자가 붙습니다. 참고로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방식을 ‘단리(單利)’ 방식이라고 합니다. 반면 ‘복리(複利)’라는 방식은 한자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자에 이자가 붙는 계산방식’을 말합니다. 1억 원의 돈을 20년간 예금한다고 해보죠. 연간 8%의 이자를 준다고 가정하면, 20년 후에는 1억 원이 얼마로 불어나 있을까요? 우선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다는 단리로 계산해 보죠. 계산은 간단합니다. 매년 1억 원의 8%인 800만 원이 이자로 붙게 되겠죠. 그렇다면 20년 동안 총 1억6천만원의 이자가 붙을 겁니다. 따라서 현재의 1억 원은 20년 후 원금을 포함하여 총 2억4천만원으로 불어나게 됩니다.


그럼 이제 마법을 부린다는 복리의 힘을 한번 빌려보시죠. 같은 조건으로 예금한 경우입니다. 다만 연간 8%의 이자를 복리로 주는 점만 다릅니다. 과연 20년 후 예금은 얼마로 불어나 있을까요? 우선 1년 후에는 단리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연간 8%의 이자인 800만 원이 붙기 때문이죠. 하지만 2년 후가 되면서 계산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단리는 여전히 800만 원이 더 붙어 이자는 총 1,600만 원이 됩니다. 하지만 복리는 이자에 이자가 붙는 계산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원금 1억 원에 8%의 이자가 붙는 것은 당연하고, 거기다 1년 후 붙었던 이자 800만 원에도 8%의 이자인 64만 원이 추가로 붙습니다. 따라서 2년 후의 이자는 총 1,664만 원으로 불어납니다.


✽ 1년 후

〈단리〉: 1억 800만 원 = 원금 1억 원 + 이자 800만 원(→원금 1억 원×8%)

〈복리〉: 1억 800만 원 = 원금 1억 원 + 이자 800만 원(→원금 1억 원×8%)

✽ 2년 후

〈단리〉: 1억 1,600만 원 = [원금 1억 원 + 이자 800만 원] + 이자 800만 원(→원금 1억 원×8%)

〈복리〉: 1억 1,664만 원 = [원금 1억 원 + 이자 800만 원] + 이자 800만 원(→원금 1억 원×8%)+ 이자 64만 원(→이자 800만 원×8%)


위의 복리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1년후엔 단리 방식과 같은 금액이었으나 2년이 되면 단리 방식보다 복리 방식이 64만원 더 많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애걔, 겨우 그 정도 차이 가지고 무슨 복리의 힘이 대단하다고 호들갑이냐?”라고 비웃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업신여기기에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습니다! 어느 듯 10년이 흘렀습니다. 10년 후에 단리와 복리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요? 단리의 경우, 이자가 8천만 원이 붙게 됩니다. 하지만 복리의 경우에는 이자에 이자가 계속 붙어나가기 때문에 10년이면 이자가 1억1,589만 원 수준으로 불어나게 됩니다. 단리 방식과 비교하면 이자가 3천5백만 원 넘는 차이가 나게 되죠. 그래도 마법이라 하기엔 뭔가 좀 부족한 금액입니다.


하지만 좀 더 두고 보죠. 이제 예정된 20년이 되었습니다. 단리 방식은 이자가 총 1억6천만 원이 됩니다. 하지만 복리 방식은 그 정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자그마치 이자만 3억6,610만 원으로 불어나 있습니다. 원금의 3.6배에 달하는 이자가 붙는 순간이죠. 정리하자면 복리 방식의 예금일 경우 20년 후에는 원금과 이자를 합해 총 4억6,610만 원을 손에 쥐게 됩니다. 단리 방식의 원리금 2억6천만 원과는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죠. 실로 대단한 마법의 힘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단리와 복리 이자 비교 1억 원을 연리 8%로 20년 동안 예금할 경우

이렇게 위대한 복리 계산을 식으로 나타내 봅시다. 이를 우리는 ‘복리계산식’이라 합니다.


1년 후: 1억 원 + 1억 원×8% → 1억 원×(1+8%)

2년 후: [1억 원×(1+8%)] + [1억 원×(1+8%)]×8% → 1억 원×(1+8%)×(1+8%)

3년 후: [1억 원×(1+8%)×(1+8%)] + [1억 원×(1+8%)×(1+8%)]×8% → 1억 원×(1+8%)^3

……

10년 후: 1억 원×(1+8%)^10

20년 후: 1억 원×(1+8%)^20


그럼 복리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그 힘의 원천을 3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겠네요.


우선 ‘시간의 길이’죠. 예금을 하는 시간의 길이가 길어서 이자에 이자가 붙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이자의 절대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위의 설명에서도 보셨듯이 2년과 10년 그리고 20년의 기간동안 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게 됩니다.


또 하나는 이자가 붙는 ‘횟수’입니다. 같은 시간이라도 이자가 1년에 한 번 붙는 것보다 3개월이나 1개월에 한 번씩 붙는 게 이자에 이자가 붙는 횟수가 많아져 복리효과를 더욱 톡톡히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상호저축은행 등의 정기예금 중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한달에 한 번씩 이자가 붙는 월복리상품이 있습니다. 만약 이 상품이 연 4%의 이자를 지급한다고 할 때, 1년 동안 0.33%(=4%÷12개월)씩 12번 이자가 붙기 때문에 2년이 지났을 때 실제로는 8.3%의 수익이 생깁니다.


마지막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정말 중요한 것인데요. 바로 이자의 ‘크기’입니다. 같은 기간동안 같은 횟수로 이자가 붙더라도 매번 붙는 이자의 크기가 클수록 예금 만기에 찾을 수 있는 금액은 더 크게 늘어나 있겠죠. 여기서 이자의 크기가 바로 ‘금리’의 크기입니다. 위의 복리 계산방식의 수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년간 8%일 때 이자는 3억6,610만원입니다. 하지만 금리를 9%로 올려서 복리 계산을 해보면 무려 이자만 4억6,044만원이나 됩니다. 다시 말해 같은 20년이라는 예금기간 동안 연 8%에서 연 9%로 고작 1%포인트 올렸는데도 무려 1억 가까운 차이가 나는 엄청난 복리효과를 보게 되는 거죠.


그럼 다시 복리 마법의 에피소드인 맨하튼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단돈 24 달러에 맨하튼을 판 원주민들이 맨하튼을 다시 사고도 엄청나게 남을 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려 380년 간 연 8%의 복리이자를 주는 곳에 예금을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380년 동안 어느 누가 예금을 하겠으며 또한 비가오나 눈이오나 아랑곳하지 않고 연복리 8%를 예금이자로 변함없이 주는 곳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특히나 요즘 같은 저금리시대에서 예금이자 8%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따라서 저명하신 템플턴 어르신께서 말씀하셨다는 복리의 마법은 이론을 통해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물론 380년은 아니라도 큰 마음 먹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20년 정도 예금을 할 수는 있을 겁니다. 잘 찾아보면 월복리는 아니더라도 3개월 복리상품을 찾아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복리란 녀석이 마법을 발휘하여 의미 있는 돈으로 불어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금리가 받쳐줘야 합니다. 90년대는 가능했습니다. 예금금리가 8% 수준이었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요즘 금리가 어떻습니까? 예금이자 2%대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원금 잃을 걱정 없으면서 장기간 돈을 묻어두어 복리효과로 목돈을 마련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시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재테크를 운운하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복리. 물론 여전히 복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금리시대엔 복리가 마법까지 부린다고 할 정도는 아니란 것입니다. 복리의 마법은 철 지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어 씁쓸할 따름입니다.©김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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