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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Feb 02. 2020

'일곱송이 수선화'에 대한 단상

살며 생각하며

고3 때 양희은씨가 부른 '일곱송이 수선화'라는 곡을 처음 들었다. 목가적 분위기의 곡조가 양희은씨 특유의 청명한 목소리와 너무 잘 어울려 인상적이었다.

원곡은  60년대 Brothers Four라는 미국 남성 포크송 그룹이 불렀던 'Seven Daffodils'인데 원곡 자체를 들어본 것은 30대가 훌쩍 넘어서였고 그동안은 여성인 양희은씨의 낭랑한 목소리로 이 노래를 계속 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여성'의 목소리였다는 것이다.

감수성 예민하던 10대와 20대였던 나는 여성이 부르는 이 노래를 들으며 여자들은 남자가 비록 가진 것 없지만 이런 진실된 마음을 다하여 고백하면 행복해하며 그 마음을 받아 줄 것이라고 믿었다. 모든 여자들이 말이다.

세월이 흘렀다. 30대 후반이었을 때 사귀었던 또래 여친에게 이 노래를 들려줘 본 적이 있었다.

노래 가사를 음미하던 여친은 이렇게 말했다.

"꽃을 준다고? 구질구질하게?"

나는 그때 현실을 깨달았다. 마치 꿈 속에서 동화의 나라를 거닐다가 한방 얻어 맞고 잠을 깬 것처럼 '쾅'하고 현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이 노래를 듣지 않았다. 일부러 찾아서 듣지는 않았다.

50대인 얼마전 라디오에서 우연히 이 노래를 들었다. 그때의 기억이 난다. '쾅'하고 꿈에서 깨어났던 때가.

여자들은 '일곱송이 수선화'라는 노래의 원곡 가사가 내가 느끼는 만큼 로맨틱하거나 아름답지는 않아한다. 적어도 내가 느끼는 만큼만은...

[Seven Daffodils]

"나는 집도 없어요. 땅도 없지요
심지어 내 손에는 꼬깃꼬깃한 돈 한푼도 없어요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많은 언덕 위의 아침을 보여줄 수 있죠
그리고 키스와 함께 일곱송이 수선화도 줄 수 있어요"

"나는 당신에게 예쁜 것들을 사줄 재산이 없어요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달빛으로 목걸이와 반지를 엮어 줄 수 있어요"

에잇 더 이상 번역하지 말자. 구질구질하긴 하네... ⓒ김의경

I may not have a mansion I haven't any land
Not even a paper dollar to crinkle in my hand
But I can show you morning on a thousand hills
And kiss you and give you seven daffodils

I do not have a fortune to buy you pretty things
But I can weave you moon beams for necklaces and rings

And I can show you morning on a thousand hills
And kiss you and give you seven daffodils

Oh, Seven golden daffodils are shining in the sun
To light away to evening when our days is done

And I will give you music and a crust of bread
A pillow of piney boughs to rest your head
A pillow of piney boughs to rest your 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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