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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쓰려면 이것부터 하자

창조성 탐험을 위한 밑그림

by 단짠
좋은 글을 위한 밑그림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할까?"를 묻는다면, "먼저 잠부터 자라."라고 말할 것이다.

글 쓸 시간도 부족한데 잠부터 자라고? 좋은 글을 위해 고민하는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글을 잘 쓴다는 건 좋은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잘 쓰는 것은 연습으로 가능하지만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연습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그건 바로 좋은 글의 바탕이 좋은 삶에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삶은 어떤 걸까? 각자의 기준과 구성요소들이 다르겠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보편적인 기준은 같다.

그중의 하나가 건강이다. 건강해야 좋은 삶을 살 수 있고, 좋은 삶이 좋은 글을 쓰게 만든다.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고난, 역경, 외로움이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하던데? 물론 그 말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어두운 면만이 한 사람을 작가의 삶으로 인도할까? 그렇지만은 않다. 반대로 성취, 행운, 사랑이 글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삶이 글을 쓰도록 시동을 거는 일은 삶의 빛과 어둠 양면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다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좋은 삶과 나쁜 삶을 가를 뿐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자주 말씀하셨다. 콜라가 삼 분의 일 남은 컵을 보고 "어머, 콜라가 아직도 많이 남았네?" 하는 사람과 "제기랄 콜라 누가 다 먹었어?" 하는 사람의 삶이 다르다고.
아버지는 옳았다. 긍정적인 시선이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아버지의 조언은 살아갈수록 찰떡처럼 맞아떨어졌다.


'좋은 삶이 좋은 글로 안내한다'는 설정을 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잘 쓰려면 잠을 잘 자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펼쳐보겠다.


잠, 휴식이 필요한 이유


'글을 잘 쓰려면 잠을 잘 자야 한다.' 즉, '휴식을 잘하는 건강한 삶이 좋은 글을 쓰게 한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글쓰기의 필수 환경인 창의성, 컨디션, 체력에 있다. 이 세 가지를 갖추기 위해 공통적으로 필요한 조건이 건강이고, 건강을 위해 휴식은 필수이다. 게다가 휴식 중 최선은 충분한 수면인 것이다.

마치 부자가 되는 조건에 '투자의 백 가지 기술'이 있다 해도 근검절약이 전재가 돼야 하는 것과 같다.

먼저 체력에 대해 살펴보자. 휴대전화 배터리가 소진 상태가 되면 화면이 어두워지는 것은 물론 기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사람은 어떨까? 기계와 달리 사람은 영원한 충전상태일까? 아니다. 기계보다 방전도 쉽고 충전 주기도 빠르다. 24시간 동안 식사와 잠 등 충전을 위한 시간이 10시간 이상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충전과 소진을 반복하는 존재다. 그런데 충전의 기본 중의 기본인 수면을 소홀히 하면 될까? 그래서 체력 충전을 위한 수면은 중요하다.

미국 시카고대 앨런 레치섀픈 박사는 턴테이블에 실험용 쥐를 올려놓고 쥐가 잠들려 할 때마다 회전시키는 실험을 했다. 잠자지 못한 쥐는 3주 만에 죽었다. 먹이나 물이 없었을 때보다 불과 3일을 더 살았을 뿐이다. 잠자지 못한 쥐는 체온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평소 쉽게 물리쳤던 세균에 감염돼 죽었다. 음식이나 물 못지않게 잠이 생명 유지에 중요하다는 뜻이다.
- 출처 : 졸리면 양심에 털 난다? 잠의 과학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


위 실험의 결과도 '수면이 인간의 기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증명하고 있다.

자, 이제 체력이 충전됐으니 다음은 컨디션을 살펴보겠다. 컨디션이란 몸과 마음의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체력이 충족돼도 마음이 불편한 상태일 수 있다. 컨디션을 '종이'라고 상상해보자. 구겨진 종이에 글을 쓰면 잘 써질까? 먼저, 종이를 잘 펴야 한다.

수면이 부족할 뿐인데 마음이 구겨진다는 건 억지가 아니냐고? 아니다. 인간은 지나칠 만큼 예민한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바란다. 수면이 건강, 즉 체력 외에 마음 등 여러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를 소개하겠다.

수면 시간은 건강 외에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이 부족하면 도덕적 판단력이나 양심이 흐려진다. 미국 메릴랜드 연구소는 26명의 군인을 대상으로 53시간 동안 잠을 재우지 않고 판단력을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군인들은 공통으로 판단력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도덕적 문제를 전혀 개의치 않고 판단을 내렸다. ‘수면은 피로한 마음의 최상의 약이다’는 명언을 실감하게 하는 연구다. 또 잠이 부족하면 고통을 더욱 심하게 느끼게 된다. 수면이 방해를 받으면 우리 몸이 통증을 견디는 능력이 떨어져 요통이나 위경련 같은 자발 통증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존스 홉킨스대 연구팀은 32명의 건강한 여성을 두 그룹으로 나눠 3일 동안 푹 잔 그룹과 도중에 여러 번 깨워 숙면을 방해한 그룹을 비교했다. 깊이 자지 못한 그룹이 깊이 잔 그룹보다 통증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몸의 치유와 휴식은 편안한 잠자리에서만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출처 : 졸리면 양심에 털 난다? 잠의 과학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


위 연구결과를 읽은 사람은 치과 가기 전날 반드시 잠을 깊이 잘 것이다. 마음이 구겨진 채로 구겨진 종이 위에 글을 쓰면 잘 써질까? 판단력이나 양심도 흐려지게 한다는 수면 부족 상태로 글을 쓸 건가? 그 결과는 구겨진 글이 될 뿐이다. 그래서 잠부터 자라고 한 것이다.


창조성 탐험을 위한 휴식은 미지의 세계를 위한 안내자


이 두 가지 이유로도 충분히 수면과 글쓰기의 상관관계가 입증됐지만 하나 더 소개할 게 있다.

예술가에게 가장 목마른 게 무엇일까? 아마 창조성일 것이다.

미국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화가 벤 샨은 "만약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라벨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그들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창조성이다. 그래서 글을 잘 쓰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아야 한다. 당신도 나도 창의적인 글을 쓰고 싶은 작가다. 어떻게 하면 창조적인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미국의 J. 길포드 교수는 문제 감수성, 사고의 유창성(流暢性) ·유연성(柔軟性) ·구체성 ·독자성의 5가지를 창조성의 인자(因子)로 들고 있다. 이와 같은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방법으로는, A. 오즈번이 고안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 출처 : 창의성 개발 [獨創力開發] (두산백과) -


쓰고 싶은 소재를 창조적이며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위의 '브레인스토밍'을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채워질 수 없다. 창조성, 즉 창의성이란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힘'을 말하는 것이고 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여행, 독서, 운동, 수다 등 창조성을 위한 탐험을 통해 창의성을 개발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 창조성 탐험을 하고 있나?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든 내면의 예술가를 새롭게 깨워 줄 탐험을 즐기길 바란다.


탐험을 떠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앞서 언급한 체력과 컨디션이다. 그리고 체력과 컨디션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창조성 충전을 위해 수면을 비롯한 다양한 휴식을 아끼지 않길 바란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건 좋은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좋은 삶에는 휴식이 필요하고 휴식은 우리를 뜻밖의 세계로 안내하기도 한다.

이제, 글을 잘 쓰기 위해, 잠을 잘 잘 준비가 됐죠? 당신과 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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