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와 밀착돼 있을까? 공간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야 영향을 줄 수 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은 연인들의 하소연만이 아닌 제법 근거 있는 말이라서 일상에서 등장하지 않는 인물에게 영향을 받는다는 설정은 억지스럽다.
사람은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의 영향을 받기엔 너무 구체적인 존재가 아닐까?
물론 ‘제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았어요.’ 하는 차원과는 다른 일상에 영향을 미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일상이란 드라마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떠올려 봤다. 한 달에 한두 번 모이는 모임은 일상이 아니다.
지인들과 만나서 기분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지만 그건 흘려보낼 수 있는 상황일 뿐이다.
일상을 공유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의미를 지니는 관계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말을
나만의 해석으로 풀면 ‘같이 자주 뭔가를 하니, 너를 잘 알게 됐어. 넌 내게 소중해.’이다.
그럼 내 일상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누구일까?
다섯 손가락을 채우지 못할 만큼 단출하다.
단출하다는 말은 외로운 사람인 걸 들키게 하는 형용사라서 속상하지만, 혼자 살면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일상을 혼자 해야 한다.
TV에서 하루를 강습으로 채우는 배우를 봤다. 성실하고 열정적인 그가 빛나면서도 ‘친구랑 같이하면 자연스럽게 잘하게 되는 분야까지도 강의받아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 의문은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강사가 필요한 건 아닐까?’로 이어졌다.
내가 그런 이유로 운동을 신청한 적이 있어서 한 억지 추측일지도 모르지만, 내 경우는 외로워서 뭐라도 배워야 했다.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센터에 어르신들이 많은 이유도 배움의 열정과 더불어 소통할 누군가를 찾는 마음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 또 코로나 시국을 비롯한 현대 사회의 구조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하는 것 같다.
나에게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을 찾다가 외로움을 들키는 것으로 끝나다니.
그러나 영향을 준 한 사람을 찾은 것보다 더 의미 있는 답을 찾은 것 같다. 가장 영향력 있는 관계란 - 일상을 같이 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이란 걸 알게 됐으니까.
나의 일상에 고정 출연하고 그래서 내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
같이 산책을 하고, 같이 글을 읽고, 같이 소식을 나누고 - 자주 무언가를 함께 하는 그들이 더욱더 예쁘고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당신의 아름다움을 자세히 볼 수 있게 자주 등장해 줘서 고맙다고 나의 주인공들에게 손편지를 써야겠다.
"당신이 함께 해줘서 내가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지 않았어.
당신의 안부 전화는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기에 충분했어.
당신과 함께하는 식사는 내 영혼을 튼튼하게 했어.
당신이 있어서 참 다행이야."
혼자 잠들고 혼자 눈뜨고 혼자 식사를 하는 날들도 봄날일 수 있었던 건 당신이 자주 내 마음의 창을 열었기 때문이랍니다. 오늘 당신 안녕한가요?
# 글과 마음을 나누는 브런치 가족 덕분에 제 삶의 온도가 36.5도가 됐어요. 감사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