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는 하라고 있는 거 아냐? 하면 어때서?
포기의 두 종류
Q. "포기하기 싫은 게 있어?" 살다 보면 현실에 맞춰 많은 것을 타협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것만큼은 포기하고 살지 않겠다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았다. 작게는 매일 뭔가를 포기하고 산다. 그중에서 내 인생을 바꿔놓은 결정적인 포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재능도 탁월하지 않았고 집안 형편도 어려워서 포기한 것, 둘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장학금을 받기 위해 지방 국립대에 진학한 것이다.
내 인생 포기의 대명사가 꿈과 진학에 있다. 대학 진학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인생인데, 난 첫 단추를 잘 못 끼워버린 것이다. 아니, 옷을 잘 못 골라 입었다. 나와 맞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학교 다니는 일은 배움의 추구보단 취미 생활이 주가 됐다. 꿈과 연결고리가 없는데, 배우고 익혀야 할 게 있을까? 물론, “대학과 학과를 잘못 갔다고 해서 대학 생활을 흐지부지 보낸다는 건 비겁한 변명 아니야?”라고 타박할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자기가 앉고 싶지 않은 자리에서도 효율적으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성적과 가정형편에 따라 대학과 전공을 결정하고 나면, 그때부터 꿈을 잃어버린 채 세상이 요구하는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 살게 된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박제된 꿈을 꺼내 휘둘러 보지만, 공중에 헛돌다가 다시 박제된 상태로 돌아가는 고대 유물 같은 존재가 된 꿈. 박제된 꿈은 나다운 나도 박제시켰다. 더는 생명력이 없는 존재가 된 꿈과 나. 그런데 꿈을 양보하고 살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던 게 더 큰 실수였다. 아니, 아무도 나에게 ‘포기할 걸 포기해야지, 신이 너의 영혼에 주신 재능을 포기해? 삶은 그 재능을 갈고닦으며 네 영혼의 노래를 완성해 가는 거야. 유명해지거나 안전해지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야.’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진짜 어른이 없었다.
포기할 걸 포기해야지, 신이 너의 영혼에 주신 재능을 포기해?
삶은 그 재능을 갈고닦으며 네 영혼의 노래를 완성해 가는 거야.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진짜 어른일까? 청춘이 내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삶의 가치가 꿈이라고 말하고 싶다. 꿈을 잃어버린 채 사는 건 영혼을 지하실에 가두고 몸만 지상에 돌아다니는 것과 같으니까.
다시 내 영혼이 편안하게 숨을 쉬게 된 건 꿈과 함께 살게 된 후부터다. 다시 찾기까지 30년이 걸렸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과 과정마저 내 삶의 조각이라 사랑하지만, 청년이 "나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지금 가고 싶은 길로 바로 출발해. 일단 가! 가면서 수정하면 되니까."라고 말해줄 거다.
"잘 못 간 길이면 어쩌죠?"
"포기하는 게 실패하는 것보다 비겁해. 실패도 인생의 조각이고, 인생은 수정 가능한 진행형이니까. 지금 바로 출발해."
등 떠밀어 주고 싶다
사진출처© katiemoum,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