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낭만과 잘 어울린다

가장 낭만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가을, 가을은 눈부시다. 너를 닮았다

by 단짠

Q. 당신의 '낭만적인 모습'은 무엇인가요?


나의 모든 낭만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순간에 속해있다. 그 어떤 절경이나 분위기가 낭만을 부르짖는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있지 않다면, 그냥 절경이거나 그냥 낭만적일 뿐이다. 마치 제목 없는 그림과 같다. 반면에 흔한 장소나 그럴듯하지 않은 분위기라 해도 누구와 함께 있는가에 따라 그 장소, 그 시간은 제목을 갖게 된다. 그냥이 아닌 특별함으로 내 삶의 보물창고에 저장된다.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은 내 인생에서 절대적인 소중함이다. 누구에게나 그럴 것이다.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는 있지만, 혼자서만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아가게 하는 힘의 분야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에 사랑하는 사람은 가장 결정적인 힘의 영역이다.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소속과 관계를 통해서 사람은 살아갈 정서적 힘을 얻는다. 그래서 나의 모든 낭만적인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모든 순간이 낭만적이다.


나의 낭만이 시공간이 아닌 감정에 속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사랑을 표현한 신화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신화는 사랑을 어떻게 그렸을까?

제우스 신이 먼저 떠올랐다. 그리스 신화 속 최고의 신이자, '주신'과 '신들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우스 신은 신으로서의 능력보다 바람둥이로 더 유명하다. 지독한 바람둥이 제우스 신 때문에 불화와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곤 했다. 그는 그저 탐욕스러운 바람둥이일까? 반대로 완전한 사랑을 갈구한 걸까? 그리스 신화를 읽은 지 오래돼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신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사랑으로 여긴 것은 아닐까? 신화 속 제우스 신에게 묻고 싶다. 탐욕과 완전함의 추구, 어느 쪽에 그는 고개를 끄덕일까?

사랑이 감정의 차원만이 아닌, 인생의 희로애락을 좌우할 정도로 인간에게 절대적 가치를 가진 차원이라서 신도 신(그리스 신화 속 신)이 만든 인간도 사랑을 통해 완전한 아름다움에 이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완전한 사랑을 통해 완전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 그런 인간의 갈망. 그 헛된 갈망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신화 속 등장인물이 제우스가 아닐까? 그리스인들은 제우스 신을 통해 인간의 슬픈 한계를 그러나 위대한 가능성을 상상으로 펼쳤나 보다.

그리고 수천 년이 지난 지금, 2021년을 사는 나도 탐욕과 완전함의 추구 사이를 떠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완전한 존재인 내가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사랑. 그 사랑을 끊임없이 삶에 채워 넣기 위해 살고 낭만을 노래하며.


남녀의 사랑이든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든 꿈을 향한 사랑이든, 인간이 사랑이라 부르는 모든 감정은 인간을 살아갈 만하게 한다. 불완전한 존재로 사라져 갈 사람이 아닌, 한순간이라도 섬광처럼 찬란하게 빛나길 꿈꾸며 살아가는 나 그리고 그대.


가장 낭만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가을, 가을은 눈부시다. 너를 닮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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