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쓴 후, 인생이 달라졌다

마음을 발견하는 기록, 일기

by 단짠

Q. 당신은 일기에 어떤 내용을 담나요? 일과를 담을 때도 있고 속상했던 혹은 기쁜 마음을 담기도 할 것 같아요. 일기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하루에 두 번 일기장을 펼친다. 아침 7시와 저녁 10시. 때론 아침 9시와 밤 11시 59분에 일기장이 펼쳐진다. 어김없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커피를 마시 듯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내가 원할 땐 주저함 없이 일기장을 펼칠 수 있다. 아침과 저녁의 온도가 다르듯 나의 두 가지 일기도 사뭇 다르다.

아침 일기는 내 인생을 안내하는 비밀 열쇠, 저녁 일기는 내 인생을 기록하는 사진 앨범으로 불린다. 각 각의 역할에 맞춘 별칭이다. 그렇다고 역할이 여느 일기와 대단히 다르지는 않다. 일기 고유의 쓰기를 통한 기록이란 점은 같으니까. 다만 나는 쓰기와 기록을 나눠서 설정했을 뿐이다. 아침 일기는 글과 기도로 쓰고, 저녁 일기는 사진과 간단한 메모로 정리한다. 한 마디로 아침은 쓰기, 저녁은 기록이다.


왜, 쓰기와 기록이라고 나눌까? 나에게 쓰는 행위와 기록하는 행위는 다른 결과물을 제공한다. 쓰는 행위는 자유여행과 같아서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끝날지 모른다. 미지의 세계로 탐험하는 쓰기! 쓰기는 마음의 미개척 지대를 발견하는 묻지 마 여행이다. 그래서 쓰기는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든다.

기록은 이미 다녀온 여행의 발자국을 정리하는 행위다. 기록은 여행의 마무리다. 밤이 되면, 오늘이란 여행을 기록하며 꿈꿀 수 있는 자유를 연장할 힘을 얻는다. 쓰고 기록하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는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고, 그 선이 내면의 추락을 막아준다.

선이 분명해야 내가 어디를 어떻게 가고 있는지 볼 수 있다 그래서 기록은 성장의 기회를 만든다.


아침 쓰기와 저녁 기록 중 어떤 게 더 중요할까? 둘 다 중요한데 굳이 편을 가르냐고 따질 수도 있지만, 개인의 취향이란 성질 자체가 무엇이든 편 가르기를 좋아한다. 취향은 어느 쪽이 더 좋고 덜 좋고 일뿐,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무튼 개인의 취향이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니 거침없이 더 좋아하는 쪽을 말하겠다. 나의 취향은 아침 일기 편이다. 가장 사랑하는 루틴이 아침 일기, 즉 아침 쓰기일 정도다.

아침에 일기를 쓸 때는 생각나는 대로 쓴다. 생각의 흐름대로 막힘없이 쓰면 무의식 속에서 속마음이 터져 나온다. 의식 속에 갇혀서 드러나지 못하던 ‘바람’, ‘걱정’,‘기대’, ‘속상함’,‘간절함’이 화장을 지우고 민낯으로 등장한다. 두꺼운 겉싸개를 치우고 비로소 내가 나를 만나는 순간으로 안내한다. 그 덕분에 아침 일기는 내 인생의 신의 한 수가 됐다.

꿈이 없던 나를 꿈으로 안내했고, 티도 안 나는 작은 노력이지만 꾸준히 하면 인생을 변하게 한다는 비법도 알게 했다.

일기를 쓴 후 어떤 변화가 내게 있었길래 이렇게 아침 일기 예찬을 할까? 2019년 7월 11일 시작한 아침 일기 덕분에 브런치 작가가 됐고, 소설 부문 신인상도 가능했다. 내면의 소리를 글로 쓰는 행위가 꿈을 현실로 데리고 나온 것이다. 그러니 아침 일기가 고맙고 또 고맙다. 그야말로 내 인생의 꿈 상자를 열어 준 비밀 열쇠이자, 축복의 통로를 열어 준 비밀의 문이다.


매일 아침, 영혼의 흐름대로 글 쓰며, 상처가 치유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게 돼서 감사하다. 누가 알아줘서가 아닌, 내가 나를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일기는 마음으로 출발하는 여행이니까. 그 여행에서 발견한 선물은 다름 아닌, 나를 만난 것. 인생 최고의 여행이다. 오늘도 나는 두 번 일기장을 펼친다.


내 인생을 안내하는 비밀 열쇠, 아침 일기.
내 인생을 기록하는 사진 앨범, 저녁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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