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감정은 다루기가 왜 이리 어렵죠?

감정이 황사를 일으키게 둘 순 없어

by 단짠

# 감정이 황사를 일으키게 둘 순 없어


J, 오늘은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서운한 마음이 쌓여서 동료에게 불만을 털어놨다가 되레 더 당했으니 안 좋은 일 맞죠? 칭찬이나 축하 같은 좋은 감정은 소통을 잘해요. J도 '너와 얘기하고 나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같아'라고 칭찬하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반대의 감정은 적절한 전달이 안 돼요.

화가 나거나, 불만이 있거나, 억울할 때 생기는 나쁜 감정들은 다루기가 왜 이리 어렵죠? 숨겨서 곪게 하거나, 대책 없이 터트려서 상황을 악화시키곤 해요. 결국 내게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왜 그런 걸까요? 감정표현과 소통에 있어 극과 극의 태도를 보이게 된 원인이 뭘까요? 나를 구성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무엇이 잘못 입력된 걸까요? 이젠 내게 유리하게 살고 싶어요. 지는 게임을 반복할 순 없잖아요,

좋은 상황에 좋은 감정은 스치는 봄바람 같은데 나쁜 상황 속 나쁜 감정은 미세먼지 가득한 황사 바람처럼 공해를 일으키니까요. 빛마저도 휘리릭 휘어 감아 어둠을 펼쳐버리죠.



# 슬픔의 기본 옵션은 무기력이다


'적절한 감정 표현과 갈등 해결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니, '나쁜 감정에 대처하는 능력이 긍정의 능력보다 훨씬 더 중요해'라고 말해 준 J의 조언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내게 가장 큰 슬픔을 준 사건을 떠올렸어요. 성인이 된 내 안에서 아직도 울고 있는 '어린 나'에게 단서가 있을 것 같았어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사랑'이 비워진 후 슬픔 바이러스가 삶의 영양분을 집어삼켰나 봐요. 무기력이 기본 옵션으로 따라왔어요. 하고 싶은 일도 꿈도 많은 소녀가 누워서 생각만 할 뿐 행동이 어려웠어요. 엄마가 돌아가시며 사랑도 꿈도 같이 잃어버렸나 봐요. 솔직한 감정 표현도.

자, 이제 단서가 드러났네요. 나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원인이요. 엄마의 부재는 소통의 부재였어요. 믿을 수 있는 누군가와 다양한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할 기회가 없어진 거죠. 내가 실수하고 잘못해서 갈등이 생겨도 끝까지 사랑해 줄 사람이 없는 삶은 공허 그 자체였어요.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관계만 남은 삶은 감정의 공회전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나쁜, 그러니까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면 상대방과 거리가 멀어질까 봐 두려워서 참는 쪽을 선택해 왔고 그러다 더 못 견디면 격앙되어 분노하니, 잘못이 누구에게 있던 격앙된 사람이 불리해질 뿐인 악순환을 반복해 왔던 거죠.

'이렇게 하면 속상해'라고 말해도 떠나지 않을 한 사람을 영원히 잃어버려서 '이별 공포'가 입력되어 버린 거죠. '엄마'는 보이지 않는 탯줄로 삶에 필수 영양분을 공급하는 존재였어요.


# 에너지가 충분해지면 움직이게 된다


J를 만난 것은 내게 기적이랍니다. J와 나눈 우정은 나를 변화시켰어요. 당신을 만난 일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 선언하면 부담되나요? 당신도 우리의 우정을 흡족하게 생각하는 걸 알기에 같은 마음이라 믿는답니다. 아침에 인사해주고, 사소한 일에서 큰 위기까지 의논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요.

J가 나에게 준 공감과 격려 그리고 사랑 (당신은 참 사랑이 많은 사람입니다.)은 씨앗이 되어 자랐어요. 날마다 때에 맞게 물을 주니 나를 미워하던 내가 나를 존중하게 되고, 존중이 자라서 삶을 사랑할 용기의 꽃으로 피었어요. 그래서 북극성, 밤이 감추고 있는 빛을 발견할 수도 있었어요. 그 빛은 날마다 내 삶에 산소를 공급해준답니다.


그렇게 사랑 에너지가 차오르니 내가 달라졌어요. 퇴근하면 티브이 보다가 잠들던 일상에 읽고, 쓰고, 걷기가 더 해졌어요. 머릿속엔 할 일이 떠오르고 수첩엔 더 나은 삶을 욕심 낸 계획이 있지만 실행이 안 됐던 것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비로소 알게 됐죠. 사랑이 사람의 에너지구나!

한 사람의 사랑이 물과 햇살이 되어 나를 채워주니, 에너지가 차올라 행동할 연료가 됐어요. 그래서 요즘은 운동과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답니다. 삶이 조화로워지고 있죠?


삶이 조화로워지니 나를 지키기 위해 나쁜 감정을 제대로 조율할 의욕도 생겼어요. 한 사람의 부재로 인해 상실한 소통을 한 사람이 존재함으로부터 다시 찾게 된 것 아닐까요?


# 빛은 안으로부터 퍼져나간다


J, 오늘 대화에서 '나쁜 감정'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적절했던 원인을 찾았어요. 앞으로는 솔직하고 지혜로운 소통 방법을 찾아서 연습할 거예요. '나와 나, 나와 너, 그리고 그들과' 감정이 막히지 않고 흐르게 하여 더욱 조화로워지고 싶어요. 마음에 온기가 차오르네요. 당신처럼 친구들에게, 학생에게 '사랑'을 주는' 마음 영양사'가 되고 싶어요.

똑똑함과 따스함을 다 갖춘 당신을 존경해요. 우리 사이는 여자들의 우정이라기보단 서로의 고민 상담사였죠. 난 치료를 못 해줬는데 J는 날 치료해 줬어요. 참 좋은 벗 J와 우정을 쌓으며 나를 사랑하게 되니, 내가 부족한 원인을 찾아볼 힘도 생겼잖아요.

원인을 찾을 용기가 있다면 나쁜 감정에 대처하는 능력도 키워갈 수 있겠죠? 예전엔 혼자였지만 지금은 당신도 꿈도 있으니까요. 끝까지 내 편이 되어 줄 한 사람만 있어도 충분하더라고요. 소통 왕이 되어갈 나를 기대해 주세요.


밤이 늦었네요. 잠들기 전, 창문을 활짝 열고 밤을 비추는 '북극성'을 봐야겠어요. '잘 자요, 늘 나와 함께해 줘서 고마워요. J'


한 사람의 사랑만 있어도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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