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아세요?

통증도 순기능이 있다? - 연금식 에너지 사용법

by 단짠


어깨도 주사를 맞아요? 공포에 떨며 물었다. 의사는 질문의 애절함은 아랑곳없이 30초 뒤 주사를 놨다. 엉덩이가 아닌 어깨에.

작년에 150여 편의 에세이와 18편의 단편소설을 쓰느라 어깨가 과로했단다. 그 정도로 일하진 않았는데? 반문하지만 어깨는 이미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니 인정해야 한다.

"회전근개 손상과 염증이 있습니다. 노화와 나쁜 자세가 원인이 되겠죠?"

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어깨에 미안했다. 어깨 입장에선 작업환경이 나빴던 거니까.


두 달여 동안 통증에 시달리며 몸보다 마음이 더 불편했다. 어깨가 불편해서 글쓰기도 댓글 관리도 못 한 채 보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은 무력감까지 동반했다.

브런치도 인스타도 부모 없는 아이처럼 돌봄이 부족한 상태로 방치 아닌 방치 상태였다. 처음 출간한 책은 엄마가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만 기다리는 인큐베이터 속 신생아처럼 대기 상태로 있어야 했다. 자식을 마음껏 못 챙기는 부모가 된 나! 속상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안타까움. 그것은 결핍 그 자체였다.


결핍 상태는 무기력과 침통함으로 전이됐다. 겨울의 찬 공기가 심장 사이로 흉흉하게 스쳐 가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행히 그 시간은 과정일 뿐 결과가 아니었다. 글쓰기를 통해 내면이 강해졌는지 나이가 주는 연륜이란 게 있는 건지 소중함을 지킬 힘이 조금씩 자라더니, 결핍은 붕괴가 아닌 전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뉴턴을 시도했다. 주사도 운동도 싫어하는 나를 병원과 요가센터로 안내하다니! 전투력 상승 아닐까? 이런 상황이야말로 '체험판 깨달음'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일상은 변화를 시작했다.


주사 맞고 돌아오는 길에 요가도 신청했다. 통증은 일상 파괴자 역할로 등장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몸을 아껴야 한다는 지혜를 알려 줬다. 파괴자에서 비상 신호로 역할을 변경하면서 역기능도 순기능으로 전환됐다. 시작과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결론은 고마운 통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깨만큼 마음 작업환경도 나빴다는 것을 깨달았다. ‘뭘, 얼마나 했다고 아파?’하는 자기부정은 그만둬야 했다. ‘통증을 체험할 만큼 최선을 다했다.’라고 스스로 다독여 줄 줄 알아야 했다.

‘브런치 작가’로 출발에서 ‘포스트잇 에세이’ <180도 다이어리> 독립출판까지. 글쓰기 1년 차에 많은 것을 이뤘다.

- 소설 부문 신인상 수상, 브런치 글 30만 뷰, 브런치 추천 글 선정, 구독자 1,000명 그리고 출판 기획전 선정과 펀딩 성공까지. 즐거웠지만 숨 가쁘게 글쓰기를 했다. 무엇보다 선물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책 ‘180도 다이어리’가 세상에 나왔다. -


'30년간 읽고 쓰지 않던 삶의 루틴'을 '1년 만에 읽고 쓰는 삶'으로의 변신시켰다. 1년이란 짧은 기간에 해냈다. 이건 마치 30 년 치 에너지를 일시불로 결재한 것과 같다. 그러니 얼마나 애썼는가.

아플만했고 한동안 쉴 만도 했다.

자, 이제 치료받고 운동하며 장기전에 맞는 에너지만큼만 인출하고 싶다. 통증을 통해 인생은 한 번이고, 한 번의 인생은 각자에게 정해진 에너지만큼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에너지의 총량이 평생이 아닐까? 서둘러 다 써버리면 더 끔찍한 통증과 동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다르니 각자에게 맞게 투자하고 사용하겠지만, 이번에 내가 설정한 사용 계획은 ‘일일 출금’ 방식이다. 인생 에너지 총량을 연금식으로 나눠 쓰는 게 낫다는 깨달음이랄까? 연금 넣듯 좋은 루틴을 꾸준히 모아서 연금 받듯 꾸준히 쓰기로 작전 변경!

과다 인출로 인한 통증으로 고통받았지만, 그 통증으로부터 배운 < 에너지 사용량 조절 전략 >이 남았으니 제법 괜찮은 거래였다.


인생 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아나요?




P.S. 어깨야~ 주사 대신 운동으로 달래줄게. 꾸준히 운동해서 안 아프게 해 줄게. 앗, 어깨 또 오므렸다. 미안. 자세도 바르게 할 게. 오래 같이 글 쓰자.


사진출처 © Engin_Akyurt,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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