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보다 인생이 불안한 이유
내가 내 인생을 믿기가 어렵다면
드르륵드르륵 기차가 나를 서울로 데려다주는 소리가 믿음직스럽다. 기차가 정해진 철로 위를 달리기 때문일까? 다른 교통기관에 비해 기차를 타면 마음이 편하다. 예상 도착 시각에 목적지에 데려다준다는 약속을 의심한 적이 없다.
기차는 정확하고 안전한 이동을 예상할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교통수단이다. 마치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할 때, 사흘쯤 뒤, '띵똥'하고 벨이 울리면 문 앞에 원하는 물건이 도착할 것을 확신하듯이 기차는 정확한 이미지다. 그래서 오늘도 0.01%의 의심도 없이 기차 좌석에 등을 기대고 편안하게 나를 맡기고 있다. 3시 50분경 서울역에 도착하리라고 예상하면서.
기차 안은 안전 하다. 기차 안에서 기차 밖 일을 걱정할 뿐, 철로 위를 달리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한 적은 없다. 불안함 없는 예상이란 얼마나 소중한 편안함인가. 등을 의자 깊숙이 기대고 편안히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기차 밖에서 일어날 일을 걱정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문득 '인생이 기차 시간표처럼 정확하고, 택배 배송처럼 믿음직스럽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 생각의 속 사정은 '나는 왜 자주 불안할까? 눈을 감고 쉬지 못하고 일정이 잘못될까 봐 걱정하고 있을까?'라고 묻고 있다. 기차 안에서 기차 밖 세상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거야!' 하는 긍정적인 예상보다 '이러면 어쩌지?' 하는 부정적인 추측을 더 자주 하곤 하는 이유가 뭘까? 내 생각은 안전한 철로 위를 달리기보다 변수가 많은 고속도로 위를 더 자주 달리고 있다. 이런 습관은 내가 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하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부정적인 추측을 다른 말로 하면 걱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인생을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걸까? 나는 잠시 드르럭 드르럭 기차가 달리는 소리를 들으며 내면의 소리에 집중했다.
마음속 깊숙한 곳에 다다르자, "기차도 택배도 믿으면서 내 인생은 못 믿다니!"라는 마음의 외침이 들려왔다.
외침은 '기차나 택배는 의심 안 하면서 인생은 의심해? 네 인생이 너한테 뭘 어쨌다고?'라고 따져 묻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좋은 예상과 나쁜 예상 사이에서 시소 타기를 하곤 한다. 인생과 밀당하는 것도 아닌데, 믿음보다는 불안을 선택하곤 한다.
좋은 예상은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나쁜 예상은 불안을 배경으로 한다면, 불안은 어디서 자란 것일까? 질문은 마음을 타고 시선을 따라 기차 밖 풍경 속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기찻길처럼 마음길도 지도로 표시되면 좋을 텐데. 기차 밖 풍경을 바라보듯 마음도 바라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일어날 일을 미리 생각하는 행동을 ‘예상한다.’라고 하면, 일어날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행동을 ‘착각하다’로 풀이해 봤다.
부정적인 예상은 불안과 걱정을 불러오며 일이 잘되게 하기보단, 일을 그르치게 한다. 부작용이 있을 뿐 아니라 무용해서 대부분 실제 일어나지도 않는다. 살면서 걱정하는 일의 70%는 걱정일 뿐 실제 일어날 확률이 사 분의 일이라고 들었다. 명언 집에서 읽었거나 명사 강연에서 인용되곤 해서 기억한다.
'걱정을 사서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걱정은 인생의 쓸데없는 파트너이다. 그러니 내가 예상의 반대말을 착각이라고 풀이할만하다.
예상을 많이 하고 살까? 착각을 더 많이 하고 살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인가 보다. '불안이 어디서 자란 것일까'를 찾는 시선도 중요하지만, 믿음과 불안 사이에서 시소 타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인생이라고 인정하면 어떨까?
질문은 이해로 다져져 가며 밀당할 수밖에 없다면, 이왕 할 거 제대로 하고 싶다는 배짱을 불러왔다.
예상과 착각 사이에서 어느 쪽 방향으로 걸어갈지 선택하는 일이 인생이라면, 이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방향을 정했다. 내게 더 유리한 것을 선택하기로!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기차 밖 일을 걱정하느라 기차 안의 편안함을 놓칠 이유가 없어졌다.
더 깊숙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기차 소리 대신 이어폰 너머로 비틀즈의 'Hey Jude'가 들렸다.
몇 분 후 기차는 서울역에 예상대로 3시 50분에 도착했다. 나는 기차 밖으로 나오며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인생을 바라보기로 했다. 내 인생을 내가 믿어 주기로 한 것이다. 오늘 서울 일정은 예상대로 잘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