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에 어린 얼굴

아버지를 생각하며

by 쟝아제베도

오래전의 이야기다. ‘생활의 발견’의 저자 임어당(林語堂)이 대통령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국가원수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결례가 아니냐고 측근들이 따지자 임어당 왈,

"아, 제가 실수를 하고 있군요. 이 실수를 담배 연기에 실려 보내기 위해서는 담배를 마저 피워야겠군요"라고 유머러스하게 받아넘겼다고 한다.


담배에는 청산가스를 포함한 유해 성분이 수십 종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분석된 유해성이 낱낱이 공개되어 건강에 치명적이 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정신 건강을 위한 담배 예찬이 많았었다.

사진으로 멋지게 보아왔던 윈스턴 처칠, 맥아더 장군, 공초 오상순, 등소평은 장수의 비결이 담배였다고 하였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 학자답게 "담배는 지적 관심을 크게 한다"라고도 했다.

담배에 한 번 맛을 들이면 금연이 어렵다. 그런데 마크 트웨인은 "담배 끊는 것처럼 쉬운 게 없다"고 해서 비결을 물으니, "나는 담배를 백 번 이상 끊은 사람"이라고 대답을 했다. 마크 트웨인다운 유머였다.


난 애초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러나 곁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경멸하거나 불편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 오는 날 창가에 서서 담배 피우는 모습이 낭만으로 느껴진다. 시름과 사색에 잠길 때면 내뿜는 담배연기 속으로 내 영혼도 실어 보고픈 충동마저 느낀다.

서른 즈음에 담배를 피우고 싶은 유혹이 찾아왔었다. 낭만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되면 담배를 아예 안 피우는 것보다 1년에 5개비 정도는 피워보자고 작정을 했다. 2년간은 이 규칙을 잘 지켰으나 일본으로 직장을 옮기고 3년째 되던 해에 규칙이 파괴되었다. 타국의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5개비를 초과해서 다음 해 5개비 담배까지 가불해서 피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아, 이렇게 해서 담배를 배우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과감히 담배를 버렸고 이후엔 한 번도 피워본 적이 없다.


담배 하면 나는 아버지가 떠오르며 통한의 서글픔을 버릴 수가 없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는 간경화로 입원을 다. 간에는 술과 더불어 담배도 해로운 요소였기에 치료를 위해 절대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아버지를 감시했다.

한동안 금주, 금연을 지켜가던 아버지가 어느 날 담배 이야기를 꺼냈다. 이렇게 아프고 보니 술은 끊어지는 데 화장실에 가면 담배 생각이 간절하다고 했다. 그때 같은 병실의 옆 침대 환자가 담배 이야기를 듣더니 아버지에게 한 마디 거든다. 담배를 피울 때 독한 꽁초까지 피우기에 나쁜 것이지, 담배 끝만 잠깐 피우는 것은 해로운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것조차도 절대 안 된다고 재차, 삼차 강조를 했다. 아버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담배의 유혹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결국 8개월 투병 끝에 퇴원을 가장한 치료가 중지되었다. 퇴원을 위해 병실의 아버지 짐을 꾸리는 데 서랍장 깊은 곳에 고무줄로 묶인 두툼한 봉투가 눈에 띄었다. 풀어보니 담배 끝만 피우다만 담배꽁초가 몇 움큼 담겨 있었다. 그간 아버지는 담배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가족의 시선을 피해 몰래 담배를 피웠던 것이다. 다만, 끝만 잠깐 피우고 난 나머지 꽁초가 아까워서인지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었던 것이다.


아버지 병은 난치병이 아니라 불치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차피 불치병인 것을, 화장실에 가면 못 견디게 생각난다는 것을 모른 척할 건데 그랬다. 가시는 동안까지 화장실에서나마 마음 편하게 피우도록 말이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담배의 달콤함에 젖은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다 잊었을 것이 아닌가.

삶은 이렇게 상식을 준수해도 후회가 남더라.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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