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이썬을 시작한 이유
'코딩 학원?'
길을 걷다가 생소한 간판이 눈에 띄었다.
'우리 때만 해도 워드프로세서, ITQ, 정보처리기능사 정도가 다였는데 참 별게 다 생기네.'
이게 약 10년 전의 기억이었다.
10년 만에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그야말로 컴퓨터의 세상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생활 전반에 IT가 스며들었다.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공책 하나씩은 들고 다녔던 것 같은데, 요즘 대학생들을 전부 '**패드'나 '***탭'을 가지고 다니며 필기를 한다고 한다.
초등학교에는 코딩이 교과과정으로 편입되었고, 대학교에서도 한때 붐이었던 인문학의 자리를 컴퓨터 관련 교과목들이 밀어내는 중이라고 한다.
'이세돌 VS 알파고'의 접전 후 인간은 AI가 우리의 삶에 '도움'뿐만 아니라 우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를 증명하듯 챗GPT를 시작으로 다양한 AI 관련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참으로 안일한 생각을 했다.
'저런 거 배워봤자 어차피 자라나는 애들 발톱도 못 따라갈 텐데, 그냥 60살까지 회사나 다니면서 아날로그형 인간으로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기술의 진보를 애써 무시한 채 '아날로그 아집'을 고수해왔다.
전자책이 나왔음에도 실물 책을 사고, 새로운 앱이나 프로그램이 나왔음에도 기존에 사용하던 것들을 고수하며 '편안함'을 택했다.
그러던 중 재미있는 칼럼 하나를 보게 된다.(출처가 기억나지 않아 기재는 하지 못했다.)
칼럼의 요지는 '기계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였다.
첫 구절을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안심을 했다.
'휴우~, 역시 전문가가 봐도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그건 나의 성급한 결론이었다.
저자는 기계는 충분히 인간을 대체할 수 있으나, 인간이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낼 것이기에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는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 결국엔 나라는 인간은 대체될 수 있다는 말이구나, 근데 그 정도 되면 인간은 일 안 하고 놀기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으니까 더 좋아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긍정 회로를 돌렸다.
하지만 '인간'이란 어떤 종족인가?
'가난'하든 '풍요'롭든 어떻게든 계급을 나누고 타인 위에 군림하려는 습성이 강한 종족 아닌가?
가진 자들은 분명히 가지지 못한 자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설사 아무도 일하지 않아도 모두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다 할지라도 말이다.(인타임, 가타카, 아일랜드와 같은 영화만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그 결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일'을 해야만 하며, 이렇게 가만히 아날로그만 고수하는 인간은 갈수록 더 힘겨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게 칼럼의 숨은 요지였다.(남들은 갈수록 쉽게 쉽게 처리하는 일을 옛날 방식으로 오랫동안 하니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하다.)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컴퓨터공학과에 재입학하거나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스파르타 코딩 코스라도 신청해서 다녀야 한다는 말인가?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우리 모두가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다.(소수의 개발자가 다수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발전하는 기술들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코딩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복잡하다.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한다고 해도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은 현실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 대비 아주 허접한 수준일 뿐이다.
개발자들은 그런 대중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엑셀, PPT, 챗GPT, 미리캔버스, 포토샵, 구글제미나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그러한 것들이다. 사용자들은 이렇게 쏟아지는 프로그램들 중에 스스로의 능력을 신장시켜줄 것을 선택하고 배워나가 세상의 흐름에 도태되지 않아야 한다.
가끔 서울에 갈 일이 있어 터미널에 방문할 때가 있다. 앱으로 미리 예매를 했기에 버스 시간에 딱 맞춰서 간다. 그런데 많은 어르신들이 나보다 일찍 터미널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늦은 버스를 타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기술의 진보가 사용할 수 있는 이들에겐 편리함을 주었으나,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역차별을 가져다주는 상황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이런 일상적은 격차에서 끝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직업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렇게 나의 '파이썬' 공부는 시작되었다.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지라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현업에서 뛰고 있는 이들의 발뒤꿈치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공부를 시발점으로 '기술'을 조금 더 이해하고 향후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나왔을 시, 어느 정도 쉽게 다룰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나의 노력이 기술에 의한 소외를 방지하고, 나아가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