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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fka Jun 22. 2023

발표가 활발한 수업이 좋은 수업일까요?

 나이스에는 우수 수업 동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촬영을 한다니 선생님이나 학생들이나 얼마나 어색했겠냐만은 동영상 속 학생들의 모습은 정해진 대본을 읽는 것처럼 무척이나 부자연스럽습니다. 우수 수업 동영상 속 아이들만 그런 건 아닙니다. 수업 연구대회에 참여한 반 아이들의 발표나, 공개 수업을 하는 반 아이들의 발표도 어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이한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발표를 하는 아이들은 어떤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척척 대답합니다. 어떤 질문들은 저도 대답하기 어려운 것들이던데 말이죠.

  다른 나라 수업은 보지 못해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발표가 활발한 수업을 좋은 수업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발표를 학생의 수업 참여라고 생각해, 발표가 활발한 수업은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 발표가 활발하지 않은 수업은 학생 참여가 적은 수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참관을 오는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발표를 잘하나 주의 깊게 지켜보기도 하고, 공개수업을 앞둔 교사들은 발표 연습을 시키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별로 그러지 않는 것 같지만 심지어 발표 내용을 연습시키는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표가 정말 학생들의 배움을 깊게 할까요?

  저는 남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교직원 회의에서도 어지간하면 일어서서 이야기하지 않고 따로 쪽지를 보내는 편입니다. 성인이고, 교사인 저도 이런데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발표가 얼마나 큰 부담일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야기하라는 부담까지 주고 나면 잘하지 못할 것 같은 학생들은 수업 내내 아예 입을 닫고 맙니다. 학생을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해 하는 발표가 학생을 수업에서 배제시키는 것이죠. 또 발표는 학생 사이의 의사소통을 저해하기도 합니다. 발표는 한 학생이 이야기를 하면 나머지 학생들은 듣는 구조인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것은 대부분의 학생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거든요. 실제로 친구의 발표 내용을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발표의 효용에 의문을 제기하면 '발표를 해야 학생들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이 깊어진다'고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발표를 통해서는 생각이 깊어지지 않습니다. 비고츠키가 주장한 것처럼 성장은 근접 발달영역과 타인의 조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자기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과제를 만났을 때 성장합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망설이고 주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발표는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명확하게 이야기할 것 만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발표는 배움을 깊게 하기보다는 배움이 필요한 학생을 수업에서 소외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발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발표입니다. 발표는 꼭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사용되어야 합니다. 남용되는 발표는 학생을 깊이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고, 학생과 학생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을 방해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켜야 할까요? 가 발견한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간단한 질문의 경우 앉아서, 손들지 않고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짝이나 모둠과 이야기하게 하는 것, 셋째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했을 때에만 발표시키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방법의 좋은 점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 방법이라는 점입니다. 수업은 결국 대화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관계를 바탕으로 합니다. 대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게 하려면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합니다. 발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목적에 맞는 의사소통 방법을 모색할 때 보다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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