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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fka Jun 22. 2023

혁신은 요리 유튜브처럼

  며칠 전에 충북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만났다. 학교에서 혁신 업무를 담당하는 친구였는데, 혁신학교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담당자 협의회에 참석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교육감님이 바뀌면서 정책을 추진할 동력이 사라진 탓이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아무도 혁신학교를 원하지 않는데 자연스럽게 소멸되지 않겠냐는 말도 덧 붙였다.


  최근 10년 정도는 혁신학교의 시대였다. 혁신학교는 기존의 학교 개혁과 다른 아래로부터의 개혁이고, 우리 교육이 가진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혁신학교는 교육청에서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되었을까?



에버릿 로저스는 혁신이 확산되기 위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현존 제품이나 아이디어보다 이점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현존 가치 체계 및 사회 규범과 양립해야 한다. 셋째, 복잡성이 낮아야 한다. 넷째, 시험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결과가 가시적이어야 한다. 에버릿 로저스의 주장에 비추어 보면 왜 혁신학교가 학교 현장에 잘 정착하지 못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복잡하고, 준비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면서 결과도 가시적이지 않은 일에 최선을 다할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요리 유튜브를 즐겨본다. 정말 쉽고 간단한 데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요리가 되다 보니 재미가 생겨서 자꾸 찾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본 영상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면, 새로운 도구와 재료가 많이 필요했다면, 따라 했는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흥미가 생겼을까?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요리 유튜브 같은 접근 방법을 취해야 한다. 별다른 준비 없이 그냥 따라 해 봤는데 결과가 만족스러울 때 사람들은 '한 번 더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느릴지라도 서로 협의해가며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학교 혁신이고, 개발된 자료를 따라만 하는 것은 교사의 전문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러나 이것은 인간과 교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오는 주장이다. 끝없는 협의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도 없을뿐더러 개발된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교사도 없기 때문이다.



한 동안 교육계를 주름잡았던 '혁신' 패러다임이 저물고 있다. 이제는 정책이 아니라 다시 운동의 관점에서 혁신학교를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이다. 혁신학교가 열린 교육처럼 한 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앞으로의 대응이 중요하다. 현명한 선택으로 혁신학교가 우리 교육의 좋은 대안 가운데 하나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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