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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의 마을

Aborigine's village

by PlanBlab
boab_tree.jpg?type=w1 Boab Tree 바오밥 나무


Derby는 어떤 곳일까? Boab 나무의 동네, 극아열대기후, 호주 원주민(aborigine)의 마을이다. 내가 기억하는 더비는 '정말 이런곳에 사람이 왜 살까?' 였다. 이 넓디 넓은 호주에서 굳이 이런곳에서 삶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신기 할정도로 인간에게 거친 자연의 마을이었다. 내가 정착할 당시는 12월 호주 북쪽의 우기였고, 낮기온 45도 체감온도 50도가 넘는 낮에는 나갈수가 없는 그런 동네였다. 일찍 퇴근하거나 집에 있는 날은 낮엔 방에서 에어컨을 키고 나가질 않았다. 아니, 나갈수가 없었다. 밖에 나가자마자 숨이 막히고, 햇빛이 살을 찢는 느낌이었으니까.


호주의 원주민의 대한 이야기는 여행을 떠나기전에 알고 있었다. 국기에서 보듯, 호주와 뉴질랜드는 영국의 식민지 였고, 영국은 완벽하게 이 나라를 정복하였다. 더비에서 살아 가면서 수많은 애보리진을 만났는데, 그들은 대체적으로 약물과 담배 술에 절어 있는 삶을 살았다. 나라를 빼앗겼다는 자각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든건 이 엄청난 자연을 견디며 살아가는데, 교육할 여력 있을까?

%EC%95%A0%EB%B3%B4%EB%A6%AC%EC%A7%84.jpg?type=w1 Aborigine 원주민


더비의 트레이드 마크는 보압나무다. 정말 여기가 오지구나를 쉽게 알수 있는 나무의 형태다.

(동화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바오밥 나무라고 알고있다)

여기도 바다가 있었는데, 집에서 북쪽으로 5키로미터 정도가면 더비의 유일한 휴양지 'jetty'가 있다.

derby-jetty.jpg?type=w1 Jetty @ Derby


낮에는 뜨거워 갈수 없고, 해질녘 바람쐬는 코스이다. 굉장히. 엄청나게. 보이지않을 만큼 갯뻘 지역이어서 바닷물이 흙탕물이다. 물론 가끔 파도가 치지만, 상어와 바다악어가 있기에 수영조차 하기 싫은 바다다..(낚시로 새끼 상어를 잡아봤다)


가끔 답답할때 바람 쐴수 있는 그런정도.

나는 정말 도전을 좋아한다. 그리고 다른사람들이 하지않으려는 것을 하는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여긴 도가 지나쳤다. 내가 이런곳에서 일을하며 살아갈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없었던 Derby. 하지만 6개월이라는 시간을 이 곳에서 보내면서 내가 평생 추억할만한 장소가 된건 분명하다.



쉐어하우스에서 나온건 요양원에서 일을 시작한지 한달뒤다. 허름한 쉐어하우스에서 남자 둘이 룸쉐어를 하다보니 여간 답답한게 아니었다. 'Juniper'에서의 급여가 꽤 쏠쏠한지라 얼른 나만의 공간을 갖고 좀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집을 알아보던중 마침 'Juniper'의 'Staff house'에 자리가 생겼다! 간호사 'Yvone' 씨와 함께사는 쉐어하우스였지만, 그 이전 쉐어하우스가 '여인숙' 이었다면, 이곳은 '5성급 호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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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에, 새침구류. 나만의 방과 나만의 화장실. 모든것이 갖춰지고 있었다. 다만, 와이파이가 없어 영화와 드라마를 다운받을수 없어 간헐적으로 잡히는 신호를 따라 옆집문을 두드렸다. 친절한 이웃집 부부는 나의 딱한(?)사정을 이해했고, 차고 앞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것을 허락 해주었다.


호주는 우리나라처럼 인터넷이 무제한이 아니고 좀 느려서 보통 출근전 다운받을 파일들을 담아논채 차고에 두고 출근하곤 했다.


1월이 되면서 본격적인 호주의 홀리데이시즌이 왔고, 많은 직원들이 휴가를 떠났다. 이곳의 휴가는 보통 6주다. 홀리데이라 할만하다. 덕분에 공석이 많아진 'Juniper'요양원은 대타인 나에게 출근 전화를 점점 많이 하기 시작했다.


일이 아니면, 드라마. 딱히 할게 없는 나였기에, 자다가도 전화벨이 울리면 2번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고 출근을 했다.(돈이라도 많이 벌어보자!)

SE-ede25411-e067-4b4f-8912-c6d432d33a87.png?type=w1 Payslip from Juniper


그렇게 출근일수가 많아지고, 근무시간이 늘어나자 지갑은 두둑해졌다. 워킹홀리데이의 꿈인 1주 천불을 넘어 천 오백불, 때론 2천불까지. 이렇게 멀고먼 오지를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근무 환경또한 너무 아름다웠다. 이게 일인가 싶을 정도로 나에게는 소일거리였고, 정말 여기 호주는, 특히 더비는. 일과 삶의 밸런스가 너무 아름다웠다. 자연이 좀 지나쳤지만.


온전한 삶을 가꿔 갈때쯔음, 외로움이 찾아온다. 그 외로움을 운동으로 달래보려, 헬스장을 찾아 갔는데 이 촌구석에 하나있는 무인 24시 헬스장이 1달 200불?! 이었다.(이곳의 물가는 호주 도시대비 30%이상 비싸다. Remote area이기 때문에) 유지어터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필요이상의 소비였다. 그래서 예전에 돌리다 남은 이력서를 두고왔다.


'free work, free work out' 이란 멘트와함께.

SE-ce6016e5-1647-4e7f-a6fb-f3c9755e6a5d.jpg?type=w1 무인 헬스장

보이는게 전부다. 근데 한달 16만원이라니..

다음날 메니져로부터 '1주일에 2번 1시간반 청소를 해주면 운동하게 해준다' 라는 메일이 왔다.

'시도하면 다 된다' 그게 나의 더비라이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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