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에 깨어 있을 희야,

by 리스바


희야,

나는 '희' 한자를 참 좋아해. 내 이름에 들어간 한자라 익숙한 것도 맞지만, 애써 찾아보진 않고 문득 떠올려도 좋은 뜻이 많거든.


기쁠 '喜', 빛날 '熙', 즐길 '嬉', 바랄 '希'


나직이 읊조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형용사들이야. 물론 '희'라는 한자에는 '여자女' 부수를 써서 여자, 계집이라는 의미가 들어간 한자도 많아. 그래서 나는 너를 '희'라고 부르기로 했어.


너라는 '희'는 유년기, 10대, 20대의 나 자신이기도 해. 기쁜 일이 없었고, 빛나지도 않았고, 즐거울 수 없었고, 삶을 살아갈 어떤 희망 조차 없었던 너.


희야,

그런 밤이 있었지. 쉬이 잠들지 못하고 소리 죽인 채 눈물만 또르르 흘러내리던,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어도 도무지 살아갈 방법이 생각나지 않던,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지는 실망과 절망의 밤들 말이야.


희야,

그러나 나는 네가 깨어있어 다행이라 생각해. 갑갑한 어둠 속에서 다시 살아나가야 할 내일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너는 걱정했던 것보단 조금 나은 내일을 맞이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시 고민하며 잠을 설치고, 다음날 컨실러로 눈 밑의 다크서클을 꼼꼼하게 가린 뒤 심호흡 크게 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설 거니까. 그래, 나는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너에게 해주고 싶어. 그 밤과, 그 아침에 대해, 그래서 견뎌낸 하루하루들이 만들어낸 오늘에 대해.


'희'라는 말이 가진 따뜻하고 좋은 뜻들이 음으로만 남지 않고 나와 너의 삶에 온기가, 생기가 되었으면 좋겠어. 우리는 그러한 것을 누리기에 충분한 여자들이니까. 오늘은 이만 자도록 해봐. 눈물은 마저 양껏 흘려도 괜찮아. 자고 일어나면 밤새 흘린 눈물로 굳어버린 눈곱을 정성스럽게 떼는 거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