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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an 08. 2022

그냥 하지 말라는데(Don't just do it)

사서가 읽은 책 2

Just Do it 은 지금도 회자되는 나이키의 유명한 슬로건이다.

돌이켜보건데 내 삶의 모토도 저 문구가 아니었나 싶다. 좋은 의미든 아니든 말이다.

나는 무엇을 할때 고민해본 적이 별로 없다. 어떤 것을 하고 싶으면 그냥 했다. 앞 뒤는 생각하지 않았고 하고 싶다는 내 감정과 본능에만 충실했다. 남들에게 폐를 끼칠 행동이 아니라면 내 상황이 어떻고 그 일을 했을 때의 나에게 끼칠 여파나 영향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보다 비교적 많은 것을 해보았던 것 같다.


물론 행동을 하기 전에 잠시 걱정이나 긴장은 나 역시 했다. 하지만 아주 잠시 뿐이었고 그 고민을 할 시간에 나는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랬던 이유는 생각하기 싫어하는 성격 탓이기도 했겠지만 내가 한 선택이나 결정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철칙 떄문이었다. 내 선택들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은 아니었다. 몇년 동안 나에게 영향을 끼치며 여전히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는 선택도 있었고 그 결과를 수습하느라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일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냥 그 행동을 했던 나를 원망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 선택을 하기로 한 것은 나였고 그 책임을 져야하는 것도 나이기 때문이다.


 나이키 슬로건을 볼 때 마다 그냥 한 나를 조금은 뿌듯해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랬기에 늦은 나이에 스페인에서 지내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냥 하지 말란다. 그냥 하는 것이 좋은 것인줄 알았는데. 그 유명한 슬로건이 틀린말이라니. 무슨 이야기인가 싶다.





 가끔씩 보던 신사임당 유튜브에 송길영 대표가 출연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서 들어보니 코로나 이후의 사회와 앞으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실 코로나 이후에 사회가 급변한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변한다는 것인지 궁금하기는 했었다. 호기심이 이는 주제였고 그는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설명하는 굉장히 좋은 게스트이자 화자였다. 유튜브에서 이야기한 내용에 대해 더 듣고 싶어지려는 찰나 이 주제의 신간이 얼마전에 나왔다는 멘트로 라이브 방송이 마무리되었다. 책을 읽고 싶어졌다.





 

책 내용은 유튜브에서 설명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코로나 이후에 사회는 급격하게 변했으며 더이상 기존의 가치가 진리로 통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행화 해야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읽으며 현재에 주목해야 한다.


 AI와 자동화가 일반화된 사회에서 예전처럼 성실과 근면은 장점이 되지 않고 일하는 척 하는 회사의 중견관리자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모든 과정이 분초단위로 기록되는 시스템에서 후배의 실적을 가로채며 정치만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관리자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단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 뉴노멀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고 코로나가  시기를 앞당겼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기존에 있던 기술들은 AI 대체하고 사람들은 더이상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맛없는 근처 식당에 가지 않는다. 배달앱으로 먼거리 맛집의 음식을 방안에서 받아보는 세상이다. 멀리서도 나를 찾아줄 나만의 레시피,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살아남는다.



독창성만 갖춰서도 안된다. 진정성도 필요하다. 사람들은 기업을 평가할때 이제 더이상 매출만을 보지 않는다. ESG 매출만큼 중요해진 시대이다.



품질이나 기술은 기본이고 이제 의도도 선해야 한다. 매출 부풀리기는  이상 주주들에게 통하지 않고 기업의 이슈를 덮으려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없다. 각종 통계와 자료들로 사람들은 진실과 행동의 의도를 가려낸다. 개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SNS 일상이  기록되는 시대이다. 포장하려 거짓행동을 하거나 의도가 선하지 않았던 행동들은 바로 검증된다.


 저자는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는 자신만의 영역을 찾아 오랜 시간 축적해야한고 말한다. 그냥 좋아서 여러가지 취미를 갖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원데이 클래스로 글쓰기 수업을 듣는 대신 남들이 하지 않는 취미를 10 동안 축적하면 나만의 아이덴티티가 된단다.





책을 다 읽고 점점 사회가 더 살기 힘들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내 자신을 증명하고 하는 행동 마다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만이 살아 남는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계속 해서 신경을 곤두서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지치게 했다. 여기서 더 발버둥치고 살아야한다니.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 역시 기성세대가 된 증거가 아닐까 싶다.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이런 치열이 선택이 아니라 이미 삶이다.


이제 나도 그냥 하지 말아야  때가   같다. 내가 그냥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데이터를 가지고 적어도 한번은 검증을 거친  행동해야 한다. 그것은 내가 더이상 예전처럼 실패를 해도  나이가 지나서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다. 삶의 방향성은 언제고 바뀌기 마련이다. 이제 나는 더이상 그냥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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