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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Dec 30. 2021

서점 VS 도서관

밸런스 게임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 대학생 인터뷰를 하며 밸런스 게임을  적이 있다. 서점과 도서관  무엇을 고르겠냐는 질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서점이라 대답했다.


 오래전 학부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들은 도서관과 사서의 경쟁자는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인터넷 포털이 될 것이라 하셨다. 그때도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경쟁이라 생각했지만 구글은 지금은 넘어설 수 없는, 감히 도서관 따위가 경쟁 자리고 부를 수도 없는 상대가 되어 버렸다.


 개인적으로 도서관의 비교 대상은 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형서점도 그렇지만 자신들만의 철학과 주제로 운영하고 있는 작은 동네 서점이 특히 그런 듯하다.


 도서관과 비교해  많은 책을 보유하고 다는 경쟁력이 있지는 않지만 서점에는 도서관에는 없는 취향과 섬세함이 있다. 서점 사장님의 취향이 담긴 책들이 아기자기하게 전시되어 있고  책에 먼저 읽은 누군가의 코멘트와 함께 추천사가 함께 적혀있다. 도서관에서 다른 책들과 함께 꽂혀있을 때는 관심 없던 책들이 갑자기 특별해 보인다. 


십진분류법에 맞춰 주제에 따라 책이 분류되어 있는 도서관과는 달리 서점의 기준으로 다르게 모여 있는 책들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음식물 반입이 어려운 도서관에 비해 그곳에서 판매하는 커피를   하며 책을   있으며 술과 함께 책을   있는 곳도 있다.


게다가 대부분 책을 좋아해 서점을 차린 서점 주인들과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러운 이야기와 함께 친분 쌓기가 가능하다.


최근 유 퀴즈에 출연했던 인아 책방 최인아 대표님의 방송을 보고 엄마는 내게 챙겨보라며 유튜브 클립 링크를 보내시기도 했다. 인상 깊은 편이었다며.


 요즘 시대에 맞는 트렌드들이  집합된 곳이 서점이 아닐까. 취향, 소소한 행복,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의 교류, 서점에서 운영하는 클래스에서의 소소한 취미 생활.


고백하자면 내 로망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작은 서점 주인이다. 가끔 나도 일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서점처럼 소소한 내 로망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각들이 도서관에 반영되지 못하고 끝나기 일쑤이다.


 도서관과 서점은 존재 목적이 전혀 다르다. 도서관은 책은 여러 사람에게 빌려주는 곳이고 서점은 책을 개인에게 판매하는 곳이다. 목적이 다르기에 지향하는 것이 다르다.


 즐겨가던 서점에서 하고 있는 것들을 우리 도서관에서 했으면 좋겠다 싶었던 아이템들은 여지없이 윗선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너무 소소하고 공공기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 도서관은 일반 도서관도 아니고 규모가 제법  편이다. 도서관은 개개인의 독자보다 다양한 계층과 사람을 포용해야 한단 이유가 늘 거절의 이유였다.


 결국 소소하고 자질구레한 내 취향은 그냥 개인적으로 간직하고 좋아하는 서점에 다니는 것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변화하는 서점에 맞춰 도서관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다양한 사람의 수요를 두루 충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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