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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an 16. 2022

문헌정보학과는 뭐하는 곳 일까?

 나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문헌정보학과 졸업 후 2급 정사서 자격증을 받았고 공무원 시험을 봐서 현재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다.


 가끔 사람들이 전공을 물어 '문헌정보학과'라고 대답하면 생소해하는 사람도 있고 '아! 도서관학과!'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에는 좀 덜하지만 학생 시절에는 문헌정보학과가 대체 뭐하는 곳이냐 되묻는 사람이 조금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럴 때면 나 역시 '도서관 학과'라는 말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 대부분이 문헌정보학과가 뭐하는 곳인지 바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문헌정보학과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지원했다. 앞선 글에 언급한 대로 오랫동안 나의 장래희망은 선생님이었기에 수능 가군과 다군 모두 교육학 쪽을 지원했다. 나군 역시 교대를 지망하고 싶었지만 엄마의 반대로 지원할 수 없었다. 서울 인근 교대에 갈 성적은 되지 않았기에 지방 교대를 지원해야 했는데 당시 아빠가 해외에서 일하고 계시던 상황에 나까지 지방에서 지내는 것이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 생각하면 오랫동안 꿈꿔왔던 목표를 포기한 이유치고는 굉장히 사소하지만 당시에는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빈 나군의 자리에 나는 정말 또다시 아무 생각 없이 배치표에 제일 먼저 눈에 띄던  ㅇㅇ대 문헌정보학과를 채워 넣었다. 당시 성적에 비해 심하게 하향 지원한 곳이었지만 교대 말고는 내 지원서 나군에 들어갈 곳은 생각해본 적 없었기에 될 대로 되라지의 심정으로 지원한 것이었다. 결과는 될 대로 되라지 한 곳만 합격이었다. 내가 문헌정보학과에 갔다는 소식에 친구는 학교라도 조금 더 올려 지원하지 그랬냐며 안타까워했다.


얼핏 같은 반 친구가 문헌정보학과에 지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그 학과를 지원할 줄은 몰랐다. 그 친구는 문헌정보학과를 지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아무 생각 없이 했던 내 결정과 선택이 나의 평생에 영향을 끼쳤다.







나는 학교에 다니며 문헌정보학과가 뭐하는 곳인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뭐하는 곳인지 모를 것 같기도 했다.


 처음 입학하고 배운 전공과목은 문헌정보학원론, 도서관사, 서지학, 정보봉사론, 정보검색론이었다. 지금은 교과과정이 조금 변동된 듯하여 모교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과과정표


 현재 교과과정을 보니 도서관사가 정보문화사로 과목명을 변경했다. 도서관보다는 정보(Information)에 초점을 맞추게 된 트렌드가 반영된 듯하다.

서지학의 경우 보통 문헌정보학과에서 가르치지 않는 곳도 많지만 대개 다른 학교도 문헌정보학원론과 정보서비스(참고정보봉사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정보학 등이 필수 이수 과목이다.



학교에 따라 이수하는 과목과 그 명칭이 천차만별이지만 크게 도서관 실무와 관련된 과목(문헌 분류, 정보봉사, 도서관 경영 등) 정보학(정보검색, 정보시스템 이용법, 데이터베이스 등)의 큰 두 줄기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대학 내내 내가 배우는 학문의 정체가 혼란스러웠다. 문과로 알고 왔는데 컴퓨터공학과 학생이 배울 법한 데이터베이스 과목을 배우고 정보학을 배운다. 숫자가 난무하고 공학 쪽에서 나올 법한 용어와 수식이 수업 내내 나온다.

 

 자료조직이랑 문헌분류는 알겠는데 메타데이터는 또 뭔지 모르겠다. 자료조직과 문헌분류 수업에서는 도서관에 가면 책들에 붙어있는 숫자에 대해 공부한다. 도서를 주제별로 묶고 어떻게 배열할지 정하는 기준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한국 공공도서관에서는 KDC(Korean Decimal Classification)를 사용하여 모든 도서들을 그 주제에 따라 우선 크게 10가지 유형, 즉 총류 · 철학 · 종교 · 사회과학 · 어학 · 순수과학 · 응용과학 · 예술 · 문학 · 역사서로 나누고, 다시 이를 10가지로 세분한다.  자료조직론에서는 이 분류법과 함께  그걸 가지고 또 MARC(machine-readable cataloging,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목록이란 뜻으로  모든 유형의 도서관 장서를 이 유형에 맞추어 기술함으로써 자동화된 도서관 운영 및 정보의 조직화가 가능하다.)에 어떻게 입력하는지 공부한다. 분류나 목록은 암기해야 사용할 수 있는 학문이다.

분류가 머릿속에서 바로바로 나올 수 있도록 달달 외워야 시험을 칠 수 있는 과목이다. 도서나 문헌에 대한 분류 목록을 배우고 나면 다양해진 매체(주로 디지털 매체)를 어떻게 기술하고 정리해야 하는지 배운다.


사회학이나 경영에 관한 학문도 배운다. 도서관 경영론도 배우고 지식정보 사회가 뭔지도 탐구한다. 이쯤 되니 니 문과대학 소속 학생이지만 문헌정보학이라는 학문이 문과계열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실제로 모교 외의 다른 학교들은 사회학 계열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도서관에 관련된 학문을 배운다는 것은 알겠는데 굉장히 넓은 주제를 다룬다.


 결국 대학 졸업할 때까지 나는 문헌정보학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품은 채 졸업하게 되었지만 전공을 살려 일을 하다보니 어떤 학문인지 어렴풋이 감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학문이든



 최근에는 도서관과 관련된 영역 이외에도 중요해진 '정보'에 관한 수업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도서관에서 취급하는 도서나 문헌보다는 인터넷이나 영상으로 된 정보를 다루고 편집하고 재구성해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진 탓이다. 책과는 다른 전자정보를 취급한다는 것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나 정보의 양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배워야할 기술도 많고 정보를 기술할 영역이나 항목도 많이 달라졌다. 다루어야 할 학문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문헌정보학에 대해 개인적인 정의를 내려보자면  '정보'를 다루는 모든 영역과 방법에 대해 배우는 학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배우는 최종 목적은 이용자에게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그리고 간편하게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도서관은 애초에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것이 지적 호기심이건 생활에 필요한 정보건 종교적 목적이든 말이다. 현대에 와서 제공하는 정보의 종류와 범위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 더 확대된 것이다.


그래서 문헌정보학과를 꼭 도서관학과라고만 할 수는 없다. 졸업 후 사서자격증이 나오기는 하지만 실제로 졸업 후 내 동기, 선후배들은 도서관 외에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주변 문헌정보학과 졸업 후 취업 사례를 정리해봤다.



1. 도서관
 공공도서관은 물론 대학도서관이나 신문사, 기업 등의 자료실에서 일한다. 관종에 따라 주제전문사서로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 법원과 같은 법관련 자료실 뿐 만아니라 박물관 및 미술관 자료실에서 일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기업에서 도서관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어 사기업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2. 학교도서관
 교직 이수 후 사서교사로 학교도서관에서 일하기도 한다. 초,중등 학교 대부분 도서실을 갖추고 있어 학교 도서관에서 도서관을 운영하며 독서지도를 하기도 한다.
 3. 서점 및 책 관련 취업
 서점에서도 문헌정보학과 졸업생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어 서점에 취업하기도 한다. 동기의 경우 취미를 발전시켜 인터넷 서점 MD로 취업하였고 현재도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4.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학술 DB 기업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통일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고전문학번역원 등에서 연구원으로 취업하기도 한다. 해당 연구원 자료실에 사서로 일하는 사람도 많지만 연구원으로 일하는 친구들도 많다. 이밖에도 논문이나 과제할 때 자주 찾아보는 앱스코 같은 학술DB에서 일하는 전공생들도 많다.
5. 그밖에
 전공을 살리지 않고 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거나 아에 사기업 영업팀 같은 곳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사례는 대부분의 다른 전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겪어본 바로는 문헌정보학과는 가장 전공을 살려 취업한 학생이 많은 학과가 아닐까 싶다.



 그때 덜컥한 결정을 후회한적 없냐고 묻는다면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대답하고 싶다. 문헌정보학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만약에 대해 궁금하긴 하지만 이미 나는 선택을 했고 내가 한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많은 다른 선택과 노력을 했다. 그렇게 모인 것이 지금의 나다.


  대학 원서를 쓰는 사촌동생이 문헌정보학과를 지원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도 나는 괜찮은 선택이라며 격려해줬다. 그때 동생에게 해준 내 대답은 "문과대 중 아웃풋이 가장 좋은 과 같다"였다. 대학이 졸업전 학교같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이 말이 동생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문헌정보학과에 진학했고 현재 나처럼 사서로 일하고 있다. 누군가 내게 또 질문을 한다면 내 답변은 똑같을 것이다. 몇가지 당부의 말을 조금 더 덧붙이긴 할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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