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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an 02. 2023

사서는 무슨 일을 할까

사서라고 하면 대부분 무료하게 데스크에 앉아 책을 대출반납 해주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 일만 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닙니다. 하나의 책이 사람들이 빌려갈 수 있게 준비되는 데까지는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사서는 각 기관의 도서관과 자료실에서 도서 및 자료를 배치보관하며 이용자가 자료를 편리하게 열람ㆍ대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용자가 열람ㆍ대출하고자 하는 자료를 요청할 경우 검색을 통하여 자료를 신속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대출을 희망하면 절차에 따라 대출을 해 준다.
이용자가 자료를 반납하고자 할 때에 자료와 대출자를 확인하고 파손 여부를 점검한 뒤 서가에 재배치한다.
자료의 내용, 주제에 따라 도서자료를 분류하고, 규정된 분류체계에 따라 분류연호와 표제를 결정하고 목록카드를 작성한다.
최근 도서관은 서적, 신문, 잡지 등의 인쇄자료 외에도 레코드, CD, 마이크로필름이나 슬라이드 등도 소장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설치하여 이용자에게 쉽게 정보를 검색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커리어넷에 나온 사서라는 직업에 대한 설명입니다. 많은 직업들이 그렇듯 말로 들어보면 쉬운 것 같은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느낌입니다. 


 일단 사서라는 직업의 의미부터 살펴보도록 합시다. 사서(司書, librarian)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맡을 司에 글 書자를 합친 한자어입니다. 서적(書籍)을 맡아보는 직분(職分)을 사서라고 한다고 해요. 사서라는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도서관에서 책의 이동경로를 따라가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서 선정 및 구입(수서) - 도서 정리(목록) - 열람 대출 서비스 


 도서 선정 및 구입(수서)



 시중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을 모두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사서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도서를 선정하여 구매하는 일입니다. 보통 하나의 업체(서점)와 계약을 해서 1년 단위로 예산에 맞게 구입을 합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좋은 도서를 선택하여 구입하기 위해 사서들은 많은 고민을 합니다. 도서관마다 자료구입에 관한 규정을 만들고 그 규정에 맞추어 도서관 콘셉트이나 주 이용자층에 맞는 도서를 구매하죠. 그 규정을 만들고 도서를 선택하고 업체와 계약을 하는 모든 일이 사서의 일입니다. 도서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수서를 담당하는 사서가 도서관 행정 전반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산을 배정받고 그 예산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도서관 비품(가구나 사무용품을 구입하거나 도서관 발전 계획을 세우고 회계 내역을 작성하는 행정업무도 사서의 업무 중 하나입니다. 관종(국립, 공공, 대학, 전문 도서관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도서관들이 도서관법에 따라 발전 계획을 세우게 되어 있습니다. 평가가 중요한 시대에 이 계획의 수립과 이행은 도서관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되거든요. 이 모든 업무도 수서를 담당하는 사서가 하죠.


도서 정리



 도서 정리란 말만 들으면 책을 가지런하게 놓고 예쁘게 정렬해놓는 장면만 떠올릴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도서관에서 말하는 ‘정리’는 먼지를 털어내고 버릴 물건을 치워내는 행위가 아닙니다. 정리 혹은 목록이라고 부르는 업무는 책을 이용자들이 볼 수 있게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고 주요한 키워드를 통해 도서가 검색되게 합니다. 

 서가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책들은 제각기 자리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 많은 책들의 자리를 정리해주는 일 역시 사서의 업무입니다.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주제에 따라 그리고 저자에 따라 한데 모여 있습니다. 그래야 원하는 책을 찾기가 쉬울 테니까요.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에 색띠 라벨과 함께 숫자들이 붙어있는 것들을 보셨지요? 바로 그 숫자가 책의 위치를 나타내주는 기호입니다. 이걸 전문용어로 청구기호 혹은 도서기호라고 부릅니다. 이 도서기호를 부여하기 위해 사서들은 도서분류법(DDC 혹은 KDC), 저자기호법, MARC(막이라 칭함)이라는 기술규칙을 익힙니다. 그 규정에 따라서 도서정보를 전산에 입력하고 도서기호를 부여하면 책이 자료실에 나갈 준비가 됩니다. 자료명칭, 저자, 출판사항, 분류 및 주제명 등을 확인하여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작업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자료실로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라벨 작업이 필요합니다. 책의 제목이 표시된 책등에 정해진 위치에 도서기호를 붙이고 대출을 위한 바코드를 책표지에 붙입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서인이라는 도장도 찍습니다. 이 책이 도서관의 소유라는 표시를 하는 것이에요. 도서관 사정에 따라 다른 스티커나 표식들을 더 하고 도난방지 물품도 부착하면 책이 이용자와 만날 준비가 끝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도서 정리에 필요한 인력을 줄이기 위해 도서를 구입하는 수서 단계에서 마크와 라벨작업을 마친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리 정리 작업을 끝낸 도서를 납품하는 업체가 많거든요. 이 경우 도서관은 입력된 미리 도서의 정보를 다운로드하고 라벨작업이 끝난 도서를 업체에서 납품을 받습니다. 물론 이 작업을 하는 것도 사서입니다. 이렇게 정리된 책은 이제 준비를 다 마치고 이용자에게 나가게 됩니다.


대출반납서비스


 사서 업무의 가장 기본이자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서 고유의 업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용자를 맞이하고 원하는 책을 찾아주고 대출 반납을 받고 반납된 책을 서가에 다시 꽂아 놓습니다. 정리팀에서 목록작업과 라벨작업을 끝낸 책을 받아 서가에 꽂는 것도 대출반납의 일입니다. 새로운 책이 들어오면 새로운 자리를 내어 주기 위해 책들을 옮기고 서가를 밀기도 하고요. 대출 데스크에 있으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릅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하나에서 열까지 사서의 손이 가지 않는 일들이 없습니다. 서가에 사인물(게시물)을 붙이고 홍보물과 안내문을 만들고 화분이나 인테리어 용품도 관리합니다. 희망도서 목록을 관리하고 없어진 책을 찾아내고 주기적으로 장서점검을 하기도 하죠. 무엇보다 대출반납 서비스의 꽃은 이용자 상대입니다. 책을 대출 반납만 하고 가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화장실은 어디 인지부터 해서 희망도서 신청방법, 전자책 이용방법 등 대출대에서 일하는 사람은 도서관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용자들이 언제 무엇을 물어볼지 모르거든요. 그런 가벼운 질문도 하지만 가끔은 전문 능력이 필요한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공공도서관이냐 전문도서관이냐에 따라 질문의 난도는 달라지죠. 공공도서관은 사람들의 생활에 필요한 정보나 교양 수준의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우주와 지구에 관한 책 같이 지식을 쌓기 위한 책을 찾는 사람도 있고 베이킹이나 뜨개질과 같은 취미생활을 위한 책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노령연금을 신청하는 방법을 찾아 도서관에 오는 할아버지도 계시고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가지고 공공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원하는 자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여러 번 질문을 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책과 도서가 필요하신 것인지 아니면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지에 따라 자료를 안내해드리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직접 검색해서 알게 된 정보를 알려드릴 때도 있어요. 실질적인 안내와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해당 기관(복지관이나 시청 담당부서)을 연결해드리기도 합니다. 

 전문도서관에서는 이용자가 한정되어 있는 대신 조금 더 깊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의학전문도서관에서는 의학 관련 자료들을 다루고 요청하는 질문이나 자료도 의학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담당 사서는 의학 자료들에 대해 통달하고 있어야 합니다. 의학이라는 학문에 박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어떤 자료를 어디서 찾고 어떤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하는지, 그리고 최신 의학 정보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고 있어야 하죠. 그래서 방문하는 이용자들의 습관이나 주로 보는 책들을 파악해  주제별, 자료형태별로 이용률을 계산하여 장서개발에 필요한 자료를 작성하기도 하고 이용자 만족도를 조사하기도 합니다. 이 작업은 전문도서관뿐만 아니라 규모가 있는 공공도서관에서도 이루어집니다.

이외에도 제 자리에 책이 잘 배치되어 있는지 장서점검을 하는 것도 대출반납서비스 업무 중 하나입니다. 도서관에 갔는데 원하는 책이 자리에 없는 경험이 다들 있으시죠? 잘 못 꽂혀있거나 분실된 책들을 찾는 것도 사서의 일이랍니다. 훼손된 책을 보수하고 낙서를 지우고 연체 중인 도서를 반납해달라는 독촉전화를 하는 것도 상시적으로 하는 업무입니다.

 도서관 환경정비도 사소하지만 주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서가의 사인물(청구기호가 적힌 책장의 팻말)을 만들어 붙이고 도서관 공지나 유의사항 게시물도 만들어야 합니다. 도서관 분위기에 맞는 화분이나 그림을 배치하고 신간도서나 추천도서 책장도 책이 가능한 한 돋보일 수 있도록 꾸며주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을 할 때면 학창 시절 환경미화 시간이 떠올라서 학생이 된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전자자료 서비스


 코로나 이후에 전자책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셨습니다.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원하는 시간대에 핸드폰으로 쉽게 책을 볼 수 있다는 장점에 많이들 이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전자책뿐만 아니라 논문이나 학술자료를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도서관 DB라고들 칭하는데 공공도서관에서는 이용이 잦지 않지만 연구에 필요한 논문이나 학술지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대학도서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전자책과 DB 이외도 DVD나 블루레이도 도서관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도서관에서는 종이책이 아닌 다른 매체의 자료를 전자자료라는 이름으로 제공합니다. 보는 방식은 다르지만 도서관에 구입하기 위한 사서의 작업은 종이책과 비슷하게 이루어집니다.

 예산 안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전자책이나 전자저널을 구입하고 그 전자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전자책앱이나 뷰어, DB 뷰어)을 관리하고 서비스하는 것도 사서의 일입니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힘든 환경의 이용자나 잠깐의 검색을 위한 PC도 제공합니다. 도서관에서 수험공부를 하는 분들을 보면 열람실에서 책이나 전공서도 보지만 정보검색실에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스캐너와 출력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이 모든 장비 역시 도서관 직원인 사서가 관리합니다. 전자기기나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외국인이나 어르신들에게 간단한 이용법 안내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을 어려운 말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라고 한다네요.

 최근 도서관에서 강조되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전자자료 서비스가 아닐까 합니다. 전자책을 보거나 전자 논문이나 학술자료를 검색하기 위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지만 키오스크나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습니다.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어르신들 디지털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도서관에서는 사서 개개인이 도서관 이용자를 위해 소소하게 친절을 베풀고 있었습니다.


문화행사 프로그램 운영


 공공도서관 사서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바로 문화행사 프로그램 운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지역 사회에 밀집해 있는 작은 도서관들은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반납 서비스 외에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은 한 번도 빌리지 않아도 저자특강이나 만들기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도 사서의 역할입니다. 어린이 대상 강의부터 주부, 노인, 다문화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 등 도서관이 위치한 동네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연자를 섭외하고 수강생을 모집해야 합니다. SNS나 게시물로 행사를 홍보하고 강사비를 지급하고 장소를 섭외하는 행정적인 처리가 수반되는 일이지요. 

 문화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서는 트렌드에 민감해야 합니다. 시대나 상황에 맞게 유행하는 강연 주제를 정하고 강연자를 섭외해야 하니까요. 강연뿐 아니라 만들기, 체험하기 교실 도 운영합니다. 주로 책에 관련된 체험이 주를 이루지만 프로그램의 주제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북페스티벌에 나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날씨 좋은 계절이 되면 책 관련 행사들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열리는 것을 보실 수 있으시죠? 그 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서관을 홍보하고 도서관에서 흥행했던 체험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사서라는 직업이 단순하고 계속 반복되는 일만 한다고 생각하셨나요? 살펴보신 것처럼 사서의 업무 중에서는 기획하고 창작하는 일, 무거운 책을 나르며 몸을 쓰는 일도 있고 회계나 숫자에 관련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전산장비를 다루거나 때로는 홈페이지 운영을 하는 공대생의 뇌가 필요할 때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사서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감정노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사서 일이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이 혹시 있으셨나요? 

글을 쓰며 제가 지난 10년간 도서관에서 어떤 업무를 해왔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저 역시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지루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다양한 일이 많았습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다른 분들이 도서관에 대해 어떤 것이 궁금하신지 궁금해지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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