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풀이 과정을 통해 원리 익혀야
수학 문제를 잘 푸는 사람들은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개념을 모르면 문제를 풀 수가 없지요. 이 현상을 "개념을 잘 알아야 문제를 잘 푼다"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개념 학습이 문제 해결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시험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은 모두 알고 있으나 문제를 못 푸는 것이죠.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동일한 개념을 공부했고, 문장 해석 능력이나 배경 지식이 같은데 왜 문제 풀이 결과에서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보통 학교에서는 수학 개념을 먼저 가르치고 관련된 문제 풀이를 합니다. 하지만 시험을 볼 때는 거꾸로 해야 합니다. 새로운 문제를 풀기 위해 관련된 개념과 지식을 기억 속에서 인출해 적용해야 하는 것이죠. 무척 어려운 인지 과정입니다. 그러나 순서를 바꿔보면 새로운 문제 풀이에 더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문제를 먼저 접한 다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수학 개념이나 원리를 학습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죠. 문제 해결 연구의 권위자였던 슈뢰더와 레스터가 문제를 통해 수학 개념을 탐색하는 수학 학습법인 '문제 해결을 통한 학습(Learning through Problem Solving)'을 제시했습니다.
전통적인 기존의 수학 학습 방법이 '문제 해결을 위한 수학 학습'입니다. 수학 개념을 공부한 다음에 관련된 문제를 풀었지요. 위의 그림에서 파란색 화살표 방향입니다. 초록색 화살표 방향이 바로 '문제 해결을 통한 학습' 입니다.
문제를 통해 수학의 개념, 원리, 법칙을 공부한 학생들은 새로운 실전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지식을 기억에서 잘 인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실생활 관련 문장제 문제가 가장 좋습니다. 실생활 관련 수학 문장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수학 지식이나 개념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해보기 바랍니다.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시험을 볼 때도 문제와 관련된 개념이 잘 생각날 겁니다. '문제 해결을 통한 학습' 방법이 제기된 이후 많은 연구가 축적되었고, 현재는 실생활 문제를 중심으로 한 수학적 모델링(Mathematical Modelling)이나 PBL(Problem Based Learning)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수학교육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혹시 '문송하다' '문돌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고 계신가요. 가끔 방송에서 이런 단어를 쓰는 연예인을 보게 됩니다. '문송하다'는 '문과라서(수학을 못해서) 죄송하다'는 뜻이고, '문돌이'는 문과 출신들을 지칭하는 신조어입니다. 또한 '이과 머리'와 같은 용어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학교에서 문과, 이과의 구분이 사라졌습니다. 문과, 이과 할 것 없이 우리는 복잡한 세상에서 여러 가지 문제와 부딪히고, 이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바다와 같이 드넓은 세상에 맞서 훌륭한 문제 해결자가 되기 위한 연습을 수학 문제 풀이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