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아래서
찬란했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순간은 일상이 되지 못했다.
이리 떼가 덮쳤을 때 도망가고자 하였지만
목에는 책임이라는 올가미가 걸려 있었다.
그렇게 피가 사방으로 튀고 있을 때
양치기는 뒤에서 웃고 있었다
우리는 눈이 가려지고 두 손은 묶인 채
누군가가 이끄는 대로 걷고 있다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이 피가
이제는 사막이 되어버린 그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너희들이
식물을 피워낼 수 있게끔
충분히 흐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피어난 숲 속에서 너희들은 살아가라
다시는 그 누구도 믿을 필요가 없게끔
너희들은 그곳에서 강하게 살아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