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노동법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노동법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지역 고용노동부 창구로 가서 기다려 얻은 대답이었다. 선생님의 진정서가 접수되어 고용주에게도 통보될 예정이며, 고용주도 출석을 해야 하지만 의무는 아닙니다. 돈을 못 받게 되면 어떻게 하나요, 고용노동부는 몇차례에 걸쳐 고용주에게 임금 지급 의무를 고지하지만, 체불 임금의 경우 민사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고용노동부로 오는 길에 보였던 노무사무소와 법무사무소가 생각났다. 안 주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안 줄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우리나라는 노동법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아요. 핸드크림을 천천히 바르면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하는 창구 담당자를 보며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이며 소송비용이며 감당할 사람이 많이 있을까? 피로감이 몰려왔다. 별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와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알아보기로 했다. 집 근처 편의점이었고 6시부터 시작해 점심쯤에는 끝나는 일이었다. 이력서를 넣자마자 빠르게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었다.
이전 고용주를 신고하고 오는 와중에 새로운 임시 고용주와의 면접이 이어졌다. 경기권에서 출퇴근하며 서울 남부 지역으로 점포를 가지고 있던 점주님은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하고 싶었다며, 아이 등원을 맡긴 후 짬이 날 때까지 새벽 아침부터 오후까지 점포를 봐줄 시간제 근무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무지고 다부져 보이는 점주, 그러나 까탈스럽지는 않아 보이는 성격이 면접 보는 내내 느껴졌다.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냐는 말에 바로 가능하다고 말했고, 집에 오는 길에 합격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손에는 바나나 한 손에 쥐어져 있었다. 상태가 깨끗하고 고른 바나나였다. 면접이 끝나고 점주가 쥐어준 바나나였다. 나는 자취방에서 바나나를 먹는 동안 편의점의 계약 관계에 대해 알아봤다. 편의점 백룸에서 점주가 말했던 말이 생각났다. 다들 명시적으로 최저근로 임금을 준수한다고는 하지만 그러면 점포가 남는 게 거의 없어요. 보통 다 그렇게 해요. 이 부분 괜찮으면 일할래요?
세상 모든 게 법이라는 선 안에서 해결되지는 않아 보였다. 선하게 느껴지는 고용주, 사람은 좋아 보였어! 라고 친구에게 말하니, 너 또 이해하려고 하지? 라고 그녀가 말했다. 그래, 이해도 참 습관이다. 그럼에도 선택의 문제였다. 다른 과외 알바로 빠듯한 대학원 준비를 하며 할 수 있는 시간이 맞는 일, 다른 아르바이트와 병행했을 때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 편의점은 대기업 계열이니까 돈이 밀릴 염려는 없겠지.
세상을 사는 건 내 앞의 선택지에서 늘 장단점을 두고 저울질하면서 고민하는 일이 80%는 되어 보였다. 당시의 상황, 마음이 이상하게 더 끌리는 쪽, 주변의 첨언, 경험치라는 데이터 기반의 판단에 의해 각설탕 크기 하나 정도가 될까 말까 한 가중치를 하나의 선택에 몰아주는 것이다.
여전히 경험치가 적은 사회초년생의 나는 껌껌한 새벽부터 XX역 출구 앞 편의점에서 근무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