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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하 Feb 12. 2024

추임의 신화, 피그말리온

당신을 믿어, 당신은 잘할 수 있어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 Jean-Leon Gerome

 


그리스의 키프로스섬에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여자의 모습을 조각하기로 한다. 타고난 열정과 성실함으로 돌덩이를 깎고 다듬으며 여자 만들기에 평생을 바친다. 마침내 아름다운 조각상을 완성하였으나 조각은 조각일 뿐, 생명이 없는 조각상을 사랑하게 된 그는 실의에 빠진다. 피그말리온은 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한다. 그의 사랑과 진심 어린 기도를 들은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아름다운 갈라테아가 태어난다.


돌덩이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다는 믿음의 효과가 교육학 용어로 ‘피그말리온 효과’이다. 다른 말로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고도 한다. 믿음을 받는 사람은 그 믿음에 비례하여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이루어내게 하고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음을 일러주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 것이 있었다. 억압된 성장기를 거쳐온 나는, 억압과 분노가 평생의 정서를 좌우한다는 것을 일찍이 체득했다. 까닭에 내 아이를 키우면서 억압하거나 분노를 쌓이게 하는 상황은 가급적 만들지 않겠다는 것과, 사랑과 칭찬을 아끼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것이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가는 정체감과 자존감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우리는 보다 더 아이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 친밀함속에서 해줄 수 있는 칭찬과 사랑의 표현은 아이의 정서를 더욱 풍부하게 해 줄 것이며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성장하게 할 것이다.


자존감이란,  ‘개인이 자신의 특성과 능력에 대해 지니고 있는 생각, 판단, 감정, 기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인간 내면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자기 가치와 자기 능력을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바라보느냐’의 토대가 되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신건강에 토대가 되는 자존감이 높을수록 정체감이 잘 형성되고, 불안이 낮을수록 정체감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굳이 교육적, 심리학적인 용어들을 꺼내어 나열하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사실들의 예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사랑을 주고받고, 능력을 인정하는 칭찬과, 능력을 멘토링해 줄 수 있는 배려와, 능력을 아낌없이 믿어주는 피드백이 잘 이루어진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높은 자존감으로 자신과 타인들을 신뢰한다. 그런 아이들은 긍정적이며 희망적이며 생의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안다. 바로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한 아이가 사랑을 할 줄 알며 비난받고 성장한 아이가 비난밖에 할 줄 모른다는 보편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자기 자신을 건강하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도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자존감과 정체감이 잘 형성된 사람이 남도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남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기꺼이 타인의 능력을 인정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부모 이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교사들은 날마다의 성찰로 단순한 지식만을 전달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장점을 일깨워 주고 깊은 사랑과 믿음으로 교육하여야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가 보다 더 활발하게 작용하여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그것을 이루도록 도와준다.’는  <연금술사>의 한 구절은 비단, 자아의 신화가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생이, 생의 비밀을 우리에게 호락호락 보여주지 않듯이, 간절하게 원하기만 한다고 해서 온 우주가 우리를 도와주지는 않을 것이다. 극진하게 노력해야 만이 설핏 보이는 인생의 신비를 깨달았을 때, 온 우주가 이제 겨우 나를 발견하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우주가 나를 발견하기 이전의 카오스 같은 길을 믿어주는 사람 하나 없이 걸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자, 이제, 소원을 비는 사람들과 자라나는 아이들 곁에서 스스로 피그말리온이 되어보자. 그리고 나직하게 믿음을 실어서 속삭여주자. “당신을 믿어! 당신은 잘할 수 있어!” 그리하여 비로소 온 우주가 피그말리온이 되어 사람들 모두가 세상의 빛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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