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의 무게를 알고 있다는 증거
분홍빛 설렘이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앞섰던 첫 발령이 떠오른다. 첫 발령을 기다리던 나는 마냥 신났고 기대감에 터질 듯 가슴이 부풀었었다.
발령지는 작은 도시의 면단위에 있던 소규모 학교였다. 인사를 위해 처음 들어선 교정이 마음이 쏙 들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내가 근무할 곳은 그곳에서도 차를 타고 15분은 더 들어가야 하는 산속 복지원 내 파견학급이었다. 잠깐도 상상해 본 적 없는 경우라서 당황스러웠다.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신규교사에게 주어진 환경은 그저 암담하고 막막했다. 지도교사도, 기댈 선배도 없이 오롯이 혼자 꾸려가야 할 공간을 둘러보고 나오며 비로소 선생님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실감했다. 더욱이 농로를 통과해 가야 하는 근무지를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출근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중고 소형차 한 대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따놓은 면허증만 있었지 이후 운전대를 잡아본 적 없는 상황이었다. 며칠 동안 차 근처만 서성이다 용기를 내어 운전석에 앉은 날, 핸들을 잡은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1톤짜리 기계를 조종해 도로로 나가는 것과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는 선생님이 되는 것. 그 두 가지 모두 내게는 제어 불가능한 거대한 장치를 다루는 일처럼 느껴졌다.
출근과 동시에 맞닥뜨린 행정 체계 또한 낯설었다. 공문서, 업무포털, 예산 집행… 연수 때 귀동냥으로만 들었던 업무들이 실체가 되어 나를 압박했다. 교무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행정 용어들은 외계어 같았고, 이 거친 파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매일 밤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버티게 한 것은 내가 초보라는 사실이었다. 잘 모르기에 선배들에게 언제든 질문할 수 있었고 서투르기에 모든 상황을 한 번 더 신중하게 살폈다. 능숙함은 없었지만 주어진 책임을 기꺼이 감당하려는 순수하고 겁 없는 열정이 있었다.
운전대를 처음 잡았을 때의 긴장감이 도로 위 안전을 지켜주듯, 교사로서 느꼈던 막막한 책임감은 더 치열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모든 경험은 진짜 교사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었다.
지금 누군가 첫 발령을 받고 걱정을 하고 있다면, 슬며시 다가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겁나는 게 당연해요. 그 떨림 자체가 선생님께서 이 교직의 무게를 진지하게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니까요.”
주행 중에 시동이 꺼져도 괜찮다. 다시 걸면 된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소형차의 서툰 엔진 소리와 함께 시작된 그날의 초심을 잊지 않으며 오늘도 교실로 향하는 시동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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