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평 공간이 가르쳐준 교육의 본질
교육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갓 임용된 신규 교사에게 그 말은 가혹하고 사치스러운 수식어였다.
나의 첫 발령지는 초등학교 특수학급이었다. 하지만 나와 아이들이 함께 할 공간은 흔히들 떠올리는 일반적인 학교의 모습이 아니었다. 실제 일터는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장애인 복지원 내 파견학급이었다. 당시의 내게 그곳은 매일 아침 눈물을 참으면 찾아가야 했던 유배지인 것만 같았다.
발령 직후 찾아간 복지원은 조용했다. 산속 우뚝 선 건물을 주변에 적막이 감돌았다. 관계자의 안내로 시설 곳곳을 돌아보았다. 건물의 가장 끝자락, 낡은 나무문 앞에서 우리 걸음이 멈췄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요. 여기라도 비워서 쓰시면 어떨까요?"
"여기가 교실인가요?"
문을 열자 쿰쿰한 먼지 냄새와 함께 부서진 가구, 곰팡이 핀 박스들이 쏟아질 듯 쌓여 있었다. 짐을 치우고 남은 건 니스칠이 다 벗겨진 낡은 탁자 하나와 다리가 덜덜거리는 의자 6개. 5평 남짓한 그 어두운 창고가 나의 첫 교단이었다.
매주 월요일 아침 8시 30분은 본교 회의 시간이었다. 시설로 다시 이동해야 하는 나를 위한 학교의 배려였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논의하는 학교행사를 포함한 새로운 소식들은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퇴근할 때마다 지나게 되는 본교의 넓은 운동장과 반짝이는 교실 창문을 볼 때면 속상함이 커지기도 했다. '내가 있고 싶었던 곳도 저기였는데…' 유치한 질투심과 소외감이 마음을 사정없이 할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이었다. 짐을 챙기다 낡은 탁자의 거친 모서리에 손등을 깊게 긁혔다. 빨갛게 부어오르며 피가 방울방울 맺힌 손등을 보니 참았던 감정이 댐처럼 무너졌다. 차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가 문을 잠그고 울음을 토해냈다.
"내가 이러려고 그 고생을 해서 공부했나!"
좁은 교실에 대한 불만, 시설로 내던져진 것 같은 자기 연민이 뒤섞인 통곡이었다. 룸미러 속 퉁퉁 부은 눈을 한 초라한 내 모습은 꿈꿨던 미래가 아니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공간의 결핍이었다. 교실이 좁고 답답했기에 자꾸만 학생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갈 구실을 찾았다. 손을 잡고 뒷산을 오르고 잡풀 무성한 마당을 누볐다.
"오늘은 저 커다란 나무 아래를 우리 교실로 사용할 거예요."
칠판 대신 흙바닥에 글자를 쓰고, 시청각 자료 대신 살아있는 곤충을 관찰했다. 좁은 창고 안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창고 밖 거대한 자연이 가르쳐주고 있었다. 학생들의 눈빛은 밖에서 더 형형하게 빛났고, 그 맑은 눈망울을 보며 내 안의 소외감도 서서히 옅어졌다.
5평 공간의 제약은 내게 질문을 하나를 던졌다.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 장소는 어디인가?'
내가 찾은 답은 이렇다. 니스칠 벗겨진 탁자 위에서도 교육의 꽃은 향기롭게 피어난다. 하지만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는 네모난 벽에 갇힌 교실만이 아니다. 교사가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바라보는 세상, 그 아이가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확장해 나가는 모든 영토가 곧 교실이다.
먼지 자욱하던 작은 창고는 내가 평생 지켜야 할 교사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르쳐준 가장 멋진 교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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