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에 매달린 아이

진짜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다

by 이은서

복지원에 아이들이 늘어나며 나의 제자는 15명이 되었다. 불타는 사명감으로 무장한 신규 교사였던 나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시설 안에만 있는 아이들을 본교 일반 학급으로 데려가 또래들과 어울리게 하는 '통합교육'이었다. 학교의 만류를 무릅쓰고 "딱 여덟 번만 하겠다"며 간신히 허락을 받아냈다.


첫날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두 번째 등교 날, 낯선 공간에 적응한 아이들의 본능이 깨어났다. 특히 냉장고만 보면 문짝을 부러뜨려서라도 열어야 직성이 풀리는 재민이가 문제였다.

수업 시작 10분 만에 재민이는 교실을 뛰쳐나갔다. 행정실, 교무실을 지나 재민이가 도착한 곳은 교장실이었다.

냉장고 문에 매달린 아이를 뒤에서 껴안고 사투를 벌이는 내 귀에 동료 선생님들의 수군거림이 들리는 듯했다.


"신규가 의욕만 앞서서 학교 업무를 마비시키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렵게 시작한 통합교육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깊은 산속 복지원만 덩그러니 있는 곳에서 사는 학생들을 그곳에만 있게 할 수 없었다.

나는 대전까지 달려가 자원봉사자들을 직접 차로 실어 나르며 수습에 나섰다. 봉사자들이 아이들 뒤를 전담 마크하자 소란은 잦아들었지만, 내 마음속 의문은 커져만 갔다.


'아이들에게 본교 교실은 왜 항상 낯설고 불편한 남의 집 같을까?'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이 정말 통합일까?'


이듬해에는 결국 시야를 학교 밖으로 돌렸다. 학교라는 좁은 성벽을 고집하는 대신,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지역 사회'로 나가기로 한 것이다. 세 명만 갈 수 있었던 학교 수업과 달리, 마을 체험학습은 거동이 가능한 반 아이들 모두가 함께할 수 있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식당에서 분식을 먹었다. 우체국에 들러 통장을 만들고 이웃 어른들과 인사했다. 딱딱한 교실 책상보다 훨씬 생생하고 유용한 공부였다.


처음엔 우리를 낯설게 보던 마을 사람들도 매주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자연스럽게 길을 터주고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마트에서 자기가 고른 우유를 정당하게 계산하고 나오는 기쁨을 아이들은 이웃의 친절 속에서 배웠다.


성벽 안에 갇혀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성장의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학생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스며들고, 이웃으로 받아들여지는 자연스러운 흐름. 그것이 바로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통합교육의 진정한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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