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습격>을 읽고
안다. 현대기술문명이 인간을 병들게 한다는 것도. 편안함이 몸에는 나쁘다는 것도. 덜 먹고 더 움직여야 한다는 것도.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도서이자 2025년 사회인문학 분야 최고 베스트셀러인 <편안함의 습격>이 442페이지에 걸쳐 구구절절 강조하는 바는 의외로 간단하다.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인류가 바쳐온 유구한 노력들이 오히려 인간을 망치고 있다는 것.
화면 앞에 앉아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고 휴식을 취할 때도 화면에서 해방되지 못하며 하물며 운동할 때조차 블루라이트에 붙들려 있는 하루를 돌아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로 인해 불면, 안구건조, 만성피로 등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막연히 알던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풍부하고 구체적인 서술때문 만은 아니다.
사실 의학과 건강 관련 연구를 인용하여 현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하는 책은 차고 넘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편안함의 습격>은 comfort crisis라는 원제가 말하듯, 편안함이 위기를 일으킨다는 현실 파악을 넘어 독특한 해법을 제시하니 그것은 바로 도전이다.
"삶에서 정말로 위대한 것은 결코 완전한 성공이 보장되어 있을 때 오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실행하더라도 실패 확률이 높은 도전에 참여하는 것, 그런 상황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행동은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주고, 내 안의 잠재력을 알게 해주죠."
그리고 안락한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육체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도전을 할 때 자기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 달간 알래스카 순록 사냥에 나선다.
"알래스카에서의 힘든 경험과 새로운 도전은 나에게 엄청난 양의 새로운 기억을 선물했다. 나는 직접 윌리엄 제임스가 이론화한 현상을 경험했다. 새로운 사건들이 우리의 '시간 감각'을 늦춘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그의 삶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하였는지에 관해서는 길게 묘사되지 않는다. 아마 다음 책을 위해 아껴놓으려는 것 같다. 혹은 초반에 자신의 알코올 중독 증세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였으니 그것을 극복한 한것만으로도 본인에게는 드라마틱한 변화였을 수 있다. 그러나 서두를 제외하고선 다방면에 박식한 화자에게 길들여진 독자로서는 알코올 중독자였던 그의 상태가 딱히 와닿지 않았으므로 변화에 대한 체감도도 낮은 편이다.
책을 읽은 후 가장 큰 변화는 배고픔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배고픔 또한 끌어안아야 할 불편함 중 하나이며 때로는 굶는 것이 인간에게는 정상적이고 유익한 상태라는 설명은 간헐적 단식이나 16대 8의 법칙 같은 흔한 다이어트 공식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끼니가 매우 중요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탓에 특히 아이가 배고플지도 모르는 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곤 하는데, 이 역시 아이의 건강과 발육에 오히려 해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