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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딱선이 Jun 17. 2023

째려보다.

오늘 날씨가 더워 구성원 셋은 바다로 향했다.

맛있는 통닭도 먹고, 조개도 잡고, 다이빙도 하고, 어설픈 스노클링도 하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집 주차장 도착.

서실이가 차문을 고 나오는데 아슬아슬하게 옆차 문콕을 할뻔했다.

놀란 나는, "어우~ 서실아, 문 그렇게 열면 안 돼."

도입 부분에 약간의 호들갑은 있었지만 나름 친절하게 말했다 생각했는데, 서실이 입장에선 그게 아니었나 보다.

표정이 굳고 입이 나온 서실.

엄: 서실아, 왜 그래? 기분이 안 좋니?

딸: 응, 엄마가 째려 기분 안 좋아.

내가 그녀를 째려보았던가?

기억이 안 났다.

그리고 "째려본다"라는  내 감정도 상하고 말았다.

서실이처럼 나도 표정이 굳고 입이 나오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낀 성구가 말했다.

아: 서실아, 기분이 나쁘면 기분을 나쁘게 한 그 상황을 말하면 돼. 엄마가 문콕 얘기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어라고. 상황은 제쳐두고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해서 상대방의 말투, 행동을 꼬투리 잡아 탓하는 건 나쁜 행동이야.

딸:  엄마도 예전에 그랬어. 서로 기분 안 좋은 상황이었는데 내가 째려봤다고 나한테 했어.

어렴풋하지만 그런 일이 있긴 했다.

서실이가 나를 대놓고 째려봐서 그렇게 엄마를 쳐다보면 안 된다고 말했던 것 같다.

: 그랬구나. 그래, 엄마가 그런 면이 있긴 해. 예전에 아빠도 엄마랑 의견이 다른 얘길 나눌 때 엄마가 아빠 말투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어. 그건 엄마의 좋지 않은 행동이야. 근데 엄마의 잘못된 행동을 서실이가 똑같이 따라 할 필요가 있을까?

딸: 아니.

아: 그래, 기분 풀어. 그리고 아빠 한번 안아줘.

오은영선생님이 오신 줄 알았다.


그리고 성구는 나에게 왔다.

아: 서실이 얘기 들었지?

엄: 응.

아: 엄마가 그래서 그랬대. (눈치를 슬슬 보며) 여보도 그런 부분은 좀 고.. 쳐야.. 지?

눈물이 나온 정도는 아니었지만, 프라이팬에 살짝 기름을 두른 거처럼 내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성구는 눈치가 빨랐다. 더 이상 아무 얘기 하지 않고 나를 안아줬다.


집.

서실이가 먼저 씻었다.

씻으며 흑흑흑 우는 서실이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마음이 쓰였다.

그렇지만 내 감정도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

아니, 딸이 엄마를 째려봐도 되는 건가?

다음에 째려보면 어떻게 말해야 줘야 하지?

문콕 같은 상황엔 얼마나 더 부드럽게 말해야 하지?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더니, 진짜 내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구나.

알 수 없는 억울함,

앞으로 어떻게 훈육(?) 해야 하나 막막함,

너무 팩트라 머리로 인정은 하겠는데, 감정이 앞서 받아들이기 싫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무표정이었다.


서실이가 씻고 나왔다.

대놓고 보진 않았지만 많이 울었는지 서실이 눈이 빨갰다.

나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씻으려 들어가는 나에게 서실이가 손 내밀며 말했다.

딸: 엄마~ 우리 화해하자~

엄: (그녀와 악수, 옅은 미소도 곁들여) 그래, 그러자~

그리고 씻으며 나는 생각했다.

'서실이가 나보다 낫구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감정이 정리될 때까지 안 좋은 기분을 고수할 생각이었다. 긴 시간은 아닐 테지만 아마도 서실이에게 냉랭하게 대했을 거다.

근데 그녀가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나보다 낫다 싶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 <법륜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다.

백번 주옥같은 글이 쓰여 있는 책을 읽으면 뭐 하나. 나는 한낱 철없는 중생에 불과한데. (참고로 나는 무교다.)


오늘도 나는 속좁고, 철없는 엄마,

철딱선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임무 완수!



p.s.

그러나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오늘 같은 상황이 또 닥치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짜 을 만나야 하나. 하하.


사이좋은 성구와 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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