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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딱선이 Apr 16. 2024

어른이 되면 좋은 점


우리 집 설거지 담당은 성구(남편)다.

(참고로 나는 빨래 담당)

성구가 일이 있어 오늘은 내가 설거지를 했다.


우리 집엔 이 빠진 머그컵이 하나 있다.

성구도 그걸 버리지 않고, 나도 버리지 않는다.

둘은 이 컵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그냥 지금까지 아주 잘 쓰고 있다.


이 빠진 그 컵을 잔잔하게 씻으며,

문득 잔잔한 생각도 떠올랐다.


'아... 어른이라 참 좋다.'


어른이 되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근데 이렇게 살아보니

거창한 것은 사실 마음에 잘 와닿질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감동(!?)을 받곤 한다.


이가 빠졌더라도 그 컵이 좋아서

내 마음대로,

함께 하고 싶을 때까지 내 곁에 둔다는 것이_

이 얼마나 어른스럽고 자유로운 일인가!


만약 내가 어른 아닌 어린이였다면

집안의 어른들은 이렇게 말씀하셨을지도 모른다.

"이 빠진 컵은 쓰는 게 아니란다. 부정적인 기운이 나온다더라. 당장 버려라."


하지만 지금, 난 어른이니까.

내 마음대로 한다.


내가 원하는 것에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며

설령 어떤 훈수를 둔다 해도

듣지 않으면 그만인 일이다.


사소한 것(그러나 소중한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가, 어른이라 참 좋다.


어른이 되면 좋은 점.

 + 이 빠진 컵에 대한 개인적 미학이랄까.


(추가)

더불어 나의 아이가 어른이 되면_

이 빠진 컵을 버리라 말하는 어른이 되지 말자.,고 다짐.

그녀도 어른이 되면

지금의 나처럼 행복을 느낄 권리가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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