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에서(두울),

배낭을 멘 리리

by 리와 리


닭소리에 잠에서 깼다.

새벽 4시부터 6시 넘어서까지 울었던 것 같은데

잠결에, 닭의 목청이 좋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살짝 목소리가 쉰 것 같기도..

하면서 서서히 일어났다.


'리'가 요가매트와 마사지볼을 챙겨 왔다.


'매트와 볼 챙겨가면 몸 풀 거야?'

라고 묻길래

'없어도 풀 거야.'

라고 했다.

확실히 매트에서 푸는 건 다른 것 같다.

덕분에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고 있다.


옷을 이것저것 챙겨 왔다.

여름에 꼭 입어야지, 했지만

입지 않았던 옷 위주로.

하지만 여기서도 입던 옷만 입는다.

작년 한 해 동안 실밥이 뜯어지도록 입었던 추리닝 바지와

하도 입어서 색이 바랜 티셔츠.

그리고 상표가 지워진, 바람막이를 허리에 두르고 골목을 누빈다.

'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벌신사 둘.


다낭도 그랬고

호이안도 그렇고

밤에는 춥다.

더위를 많이 타는 '리'도

호이안에서는 새벽에 일어나서

옷을 껴 입을 정도다.


숙소에, 이불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얇은 보가 있는데

너무 추워서 일어나 보면

'리'가 온몸에 칭칭 감고 있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사이좋게 나눠 덮고

꼭 붙어 잔다.

('리'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내가 보를 온 몸에 칭칭감고 있었다고 한다)


아침마다 가는 카페가 생겼다.

올드타운 내에 있는 카페인데

동네 아저씨들로 가득하다.

무척 마음에 든다.

연유 커피도 마시고

코코넛 커피도 마시고.

2월과 4월에 있을 작업에 대한 얘기도 나눈다.

'리리'의 이름으로 만드는 공연이라,

창작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주인아저씨께서는

빠른 손놀림으로

손님들의 커피를 만들고

행주로 작은 테이블을 쓱쓱 닦는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침 국수를 호로록 드신다.


길에서 숯불구이 냄새에 홀려

자리를 잡았다.

먹을만했지만

고기나 채소의 신선도를 생각하면

처음 도착해서 먹었던 팃 느엉집을 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외국인에게는

돈을 더 받는다는 후기를 보고야 말았다.


호이안을 떠나기 전

다시 그 팃 느엉 집을 찾았다.

올드타운에서 벗어난,

골목에 위치한 곳인데

가정집 한편에 테이블을 두고

팃(돼지) 느엉(구이)을 파는 것 같았다.

저택에 가까울 정도로 큰 집에는

대가족이 산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주들.

그리고 나이 든 개.


나이 든 개는

꼬리를 흔들지는 않지만

'또 왔네?'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가까이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잠을 청한다.


너무 맛있어서 또 왔어요, 하는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느엉집 할머니는 반가워하시고

할아버지는 무뚝뚝하게 맞이해 주신다.

첫날에는 내어주지 않았던

따뜻한 차를 내어주신다.

할아버지는 중간에 오셔서

필요한 게 있는지 보시고는

채소를 더 가져다주셨다.

그릇을 받으러 가니

그대로 앉아있으라는 손짓을 하시고는

그릇을 테이블에 놓아주셨다.

꼭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오랜만에 놀러 간, 늘 바쁜 손녀딸이 된 기분이다.


역시 맛있다.

비가 쏟아지고 난 다음 날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정원의 초록잎들을 바라보며

맛을 음미했다.


자전거에 짐이 실린 건 보시고는

이들이 떠나는구나, 싶으셨나 보다.

할아버지께서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셨고

(씨유~ 하시면서)

할머니는 자전거를 타고 대문을 나설 때까지

지켜보시고는 이내 손을 흔드셨다.

손주들도 손을 흔들어줬다.

나이 든 개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호이안에 다시 오게 된다면

느엉집 할머니 할아버지와

카페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호이안을 떠나 어디로 갈지 생각하다가

뚜이호아라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어떻게 가든 호찌민으로만 가면 되니

중간지점은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슬리핑 버스를 예약했다.

뚜이호아에서는 또 어떤 시간들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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