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멘 리리
뚜이호아로 향하는 슬리핑버스는 밤 10시 45분 출발.
그때까지 우리는 자전거에 짐을 싣고
호이안을 누비면 된다.
올드타운을 벗어나니 한가하다.
오토바이도 차도 사람도 적다.
날씨는 왜 이리 좋은지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솟구칠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오후 1시에서 2시,
숙소 침대에 누워 닭소리를 들으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나른함을 느끼고 싶지만
이제 쉴 곳은 없으니
우리는 카페로 향한다.
곧 있을 오디션 지원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카페 밖을 나오니
중년의 외국인 부부가 자전거 사진을 찍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왔다는 부부는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며 이것저것 묻는다.
특히 무료위탁수화물로 가져왔다는 얘기에
두 분 입이 떠억 하고 벌어진다.
자전거는 접이식 자전거로 16인치 미니벨로이다.
작아서 휴대하기가 편하다.
이름도 있다.
'조이'와 '파브리앙'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즐겁고 재미있는 순간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파브리앙이라.. '리'는 급 지은 느낌이 좀 있음)
여유 있게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자전거를 접어 가방에 넣으니
사람들이 정류장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주로 외국인이다.
다들 버스의 행선지를 확인한다.
'뚜이호아?'
슬리핑 버스는 처음 타서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하다.
인도에서 슬리핑 기차를 탄 적이 있다.
가장 저렴한 4인 침대칸.
베트남에서의 슬리핑 버스는
지금껏 가장 큰 지출이었는데
그만큼의 돈을 지불할만하다.
캡슐호텔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다만 키가 크다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저기 다리들이 삐져나와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만족, 충분, 감사다.
버스에 타기 전 기사님이
노란 비닐봉지를 하나씩 주신다.
거기에 신발을 넣고 자신의 칸을 찾아가면 된다.
나는 헬멧과 신발이 든 봉지를 걸고
짐들을 한편에 밀어 넣는다.
그리고 나만의 작은 공간에 몸을 눕힌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운전을 진짜 잘하신다.. 역시 베테랑..
했던 순간도 있었고
이러다 버스가 옆으로 넘어가는 거 아닐까.. 하며
잠결에 안전벨트를 찾아 채웠던 순간도 있었다.
(이때, '리'도 같은 마음을 느꼈는데 길이 진창길이었다고 했다)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어 잠에서 깼는데
마침 휴게소였던 것.
커튼을 여니
기사님이 인원체크를 하고 계신다.
'켄 아이 고투.. 토일렛?..'
나는 신발이 든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비몽사몽 버스 복도를 나선다.
기사님이 언제 신발을 신냐며
비치해 둔 슬리퍼를 신고 가라고 하셨다.
화장실에서 손을 닦고 거울을 보는데
김무스 님이 서계신 줄 알았다.
나는 얼른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버스로 향했다.
'리'가 발을 살며시 만지는 게 느껴진다.
눈을 뜨니 뚜이호아에 도착했단다.
나는 눈곱을 뗄 세도 없이
빠르게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호이안에서 다들 '뚜이호아?' 하길래
많이들 내리는 줄 알았는데
달랑 자전거 가방 두 개만 내려져 있다.
우리 둘만 내린 것이다.
새벽 6시,
우리는 가방에서 자전거를 꺼내
숙소를 찾아 페달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