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멘 리리
슬리핑버스는 우리를 뚜이호아의 빈컴 플라자 앞에 내려주었다.
뚜이호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는, 도시의 기준점 같은 쇼핑몰이다.
빈컴 플라자 주변에는 크고 작은 호텔들이 늘어서 있고
몇몇 골목은 순간적으로 유럽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호텔존을 조금만 벗어나면
다시 베트남 특유의 생활감이 묻어난다.
호이안은 여행객이 너무 많았다면
뚜이호아는 여행객이 너무 없다.
극과 극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 시간들이 나름 괜찮다.
뚜이호아는 관광도시로서의 꿈을 품은 듯 보인다.
크고 높은 호텔들 사이로,
허허벌판 위에 세워진 으리으리한 리조트 사진 사이로
사람들의 일상이 짙게 자리 잡고 있다.
부모들은 출근길에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교복을 입은 아이들은 하교 후 카페에 앉아
라임주스를 마시며 게임에 몰두한다.
저녁이 되면 식당 곳곳에 외식을 하는 가족들이 보이고
젊은 남녀는 데이트를 즐긴다.
영어학원에서는 아이들이 발음을 따라 읽고
동네 아저씨들은 술집에 모여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렇다고 여행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몇몇의 여행객들을 우연히, 곳곳에서 만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온 두 분(부부이신 듯) 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것을 시작으로
같은 곳에서 저녁을 먹고
다음 날 뚜이호아 시장에서도 만났다.
나와 '리'는 내적친밀감을 느낀다.
우리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다.
뚜이호아에 있는 외국인 분들!
모두 빈컴플라자 앞에 모여주세요!
다들 여기서 무얼 하고 지내시나요?
여기는 왜 오셨나요?
우리 몸 풀면서 오늘 뭐 했는지 얘기나 해요!
이런 상상.
호이안에 비하면
물가가 정말 저렴하다.
아니, 호이안이 유독 높은 것일지도!
모닝마켓에서 리치를 샀다.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껍질을 살짝만 까도 단물이 흘러나온다.
'리'도 리치 먹는 재미에 빠져
둘이 구석 벤치에 앉아 단숨에 까먹었다.
두리안을 좋아해 두리안도 사 먹었다.
열매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뾰족한 가시와 단단한 껍질이 열매를 지키고 있다.
아주머니가 까준 두리안을 받아 들고
우리는 또 구석으로 향했다.
오래된 두리안은 꼬롱꼬롱한 냄새가 짙고,
잘 익은 두리안은 크림처럼 부드럽고 향긋하다.
뚜이호아에서는 지루할 만큼 심심하다.
그리고 그 시간이 좋다.
아무리 자전거를 오래타도 낮 12시 30분.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마음의 분주함이 끼어들 틈이 없다.
먹고 마시고 걷고 자전거 타고 쉬고
또 다시 반복.
이제는 어디로 가볼까.
고원지대인 바오록을 가보고 싶었는데
뚜이호아에서 직행버스로 15시간이란다.
하지만 달랏으로 가면 6-7시간 정도,
달랏에서 바오록까지는 2-3시간 정도 걸린단다.
우리는 달랏으로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