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멘 리리
자전거를 타고 호이안으로 떠나기로 했다.
반미와 생강차를 아침으로 먹고 짐을 꾸렸다.
('리'는 오직 커피 두 잔)
꼭 먹어보고 싶은 반미집이 있었는데
이른 아침이라 미뤘더니 다음 날은 휴무란다.
다낭에서 짧게 머무르기 때문에
결국 먹지 못하게 되었다.
여행에서 '다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오토바이와 경적소리에 살짝 긴장이 됐다.
차도를 이용해 자전거를 타는 건 처음이다.
일본에서 처음 자전거를 탈 때는
자전거 도로가 워낙 잘 되어 있어 무리가 없었다.
'리'가 앞장섰고 나는 뒤를 따랐다.
가끔 경적이 울리긴 했는데
'나 지나간다! 조심해!' 이런 의미의 소리였다.
골목이 많고 오토바이가 많은 나라에서는
경적으로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 같다.
'나 지나가요!'
'나 먼저 가요!'
'나 뒤에 있어요!'
'나 모퉁이 지날 거예요!'
한 차선은 주로 오토바이만 이용하는 것 같았는데
한국보다 덜 위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달리니 자신감이 붙어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먼저 지나가라고 많은 배려를 해주심)
나는 반팔소매를 잔뜩 걷어올려 민소매처럼 입는 걸 좋아하는데
볕이 뜨거워,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걸 후회했다.
화끈거리고 쓰라린 걸 보니 경미한 화상을 입은 듯하다.
어떤 구간은
차와 오토바이가 적어
신나게 달렸던 것 같고
어떤 동네는
오랫동안 눈에 담고 싶어
페달을 느리게 밟았던 것 같다.
디엔즈엉이라는 지역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베트남까지 왔는데 커피를 안 마시는 건
너무 아쉬운 것 같아, 하며 소금커피를 주문했다.
평소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는데
자전거를 이리도 많이 탔으니
쉬이 잠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밤 10시도 안 돼서 곯아떨어짐)
커피 맛을 잘 모르지만 맛있어서
매일 한 잔씩 마시기로 했다.
다시 길을 나섰다.
길은 비포장도로에
주변 곳곳에서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이곳도 시간이 지나면
크고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을까.
10시에 출발해 2시 좀 넘어 숙소에 도착했다.
호이안 올드타운에서 벗어난,
홈스테이 숙소였는데 무척 마음에 든다.
제일 작아, 제일 싼 방이었는데
층고가 높아 작다는 생각이 안 든다.
둘이 사용하기에는 충분하다.
숙소 가는 길목에 골목대장이 지키고 있어
(골목대장 = 개)
순간 당황했다.
골목대장은 꼬리를 한껏 치켜들고
왕왕 짖어댔다.
집에서 사람이 나와 골목대장에게 한 소리를 했고
골목대장은 집으로 쏘옥 들어가 버렸다.
그 이후로 골목대장은 우리를 봐도 본체만체다.
냄새가 익숙해졌나 보다.
너무 안 쳐다봐서 서운할 정도.
골목 곳곳에서 개들을 많이 만난다.
대부분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다.
나만 무한한 관심을 갖는다.
다들 어디를 그리 바쁘게 가는지
따라가 보고 싶을 지경.
한 번은
좁은 길을 지나는데
저 멀리 덩치 큰 개 한 마리가 귀를 쫑긋 세우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덩치가 너무 커서 지레 겁먹음)
알고 보니 그 개는 단지 그 길을 지나가려고 했을 뿐
사람 둘이 걸어오니 어쩌지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다.
비켜서니 귀를 펄럭이며 제 갈 길을 갔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밥을 먹으러 갔다.
숙소 근처 팃(돼지) 느엉(구이) 집인데
호이안에서 먹은 팃 느엉 중 가장 맛있다.
(10 꼬치만 먹자, 했는데 30꼬치 먹음)
이 집에 사는 나이 든 개는
멀리서 우리를 바라보다, 곧 잠이 들었다.
아!
그리고 이 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세면대 거울에 비친 초록의 잎들과
벽에 비친 일렁이는 잎의 그림자를 만났을 때다.
호이안은 아름다운 만큼
사람도 많다.
사람이 많으니
롯데리아도 보이고
한국어 간판을 단 식당들도 보인다.
호객하는 상인들은 한국말로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여행을 할 때
비교적 관광객이 적은 곳을 좋아하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있는 것도 좋아한다.
일본에서 자전거 여행을 할 때
너무 사람이 없는 곳만 다니다 보니
사람이 많은 곳에 가보자, 하며
구글 지도에 붐비는 지역이라고 표시된 곳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교통이 붐비는 지역이었다는, 역시나 사람은 없었다는 웃픈 추억이 있다.
가끔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올드타운을 몇 바퀴씩 돌고
야시장도 다녀왔다.
'볼 것'이 많은데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계속 걷는다.
혹시 '볼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