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멘 리리
달랏에서 하루 정도 머물고
바오록으로 넘어갈 생각이었지만
우리는 야금야금, 하루하루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숙박을 연장했다.
고지대 달랏은 일교차가 컸고
우리는 그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
첫날 도착했을 때는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달랏을 빨리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침 산책에서, 햇볕 드는 자리가 너무 아름다워,
절에서의 시간이 너무 평온해
더 머물게 되었다.
(바오록에는 가지 않았음)
가진 옷을 입고 나가서 돌아다니다,
더우면 하나하나 벗어 가방에 넣고 돌아다닌다.
그러다 해가 지고 추워지기 시작하면
다시 옷을 주섬주섬 꺼내 입는다.
(첫날이 유독 추웠던 것 같음)
게스트하우스에서 70대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두 분이 차례로 꾸벅 인사를 하시며,
'굿모닝'이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다 보니 두 분과 함께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남편 분은 아침으로 신라면을 드셨는데
신라면의 그 매콤하고 진한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웠다.
두 분은 인도여행을 시작으로
25년째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배낭 하나에 모든 짐을 담고서.
보통 배낭여행자들이 아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물론 북아프리카까지.
발자취가 어마어마했다.
여행은 그녀의 해방구라고 했다.
그녀는 혼자 여행을 다니고 싶었지만
남편의 밥을 한 달 치 준비하는게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며,
그럴 바에는 같이 다니는 게 낫겠다 싶어 그 이후로 같이 다니고 있다고 하셨다.
우스개 소리였다.
두 분은 환상의 짝꿍, 콤비.
손발이 척척.
두 분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70대도 여전히 여행을 다니는 삶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 이야기의 꽃을 한창 피우다,
못다 한 이야기는 한국에서 하자며
서로의 번호를 교환했다.
두 분은 강릉에 사신다.
게스트하우스 계신 스텝분들이 모두 친절하고 다정하다.
어느 날은,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나갈 거냐고 묻는 것이었다.
아니요,라고 한 뒤 오랜 산책 후
숙소에 들어가니
자전거 청소가 싸아아-악 되어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맛보라며 잭푸릇까지 가져다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Do you like Durian?이라는 쪽지와 함께
두리안을 나눔 했다.
자전거를 너무 안 탄 것 같아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서 좀 떨어진 절에도 다녀왔다.
우리는 절을 좋아한다.
불교는 아니지만,
기독교도 아니지만
절에 가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불상 앞에 앉아 마음을 빌어보기도 하고
정원 벤치에 앉아,
아이들이 배드민턴 치는 것도 구경했다.
그 모습이 참 예뻤는데
아이들 4명에 개 한 마리.
개는 아이들 주변을 맴돌고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열중한다.
숙소 옆에 작은 카페가 있다.
그 카페는,
마치 망원동의 힙쟁이들이 모이는 카페를 연상케 했다.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모여
서로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카페에 사는 개 두 마리와도 인사를 나눈다.
우리는 일어나면 곧장 그 카페로 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혼자 생각도 한다.
그리고 다시 그 생각을 나눈다.
개들은 햇볕 드는 자리를 찾아 낮잠을 자거나
친한 사람들 무릎에 앉아 있거나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마다
냄새를 추적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제일 행복해보일 때는
카페의 주인장이랑 함께 시간을 보낼 때.
(그 때 유일하게 웃고 있음)
우리는 달랏에서 아주 느린 시간들을 보냈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