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에서(두울),

배낭을 멘 리리

by 리와 리


여행지에서는 왜 이리 눈이 빨리 떠지는지,

체력은 분명 아닌데 몸은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고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청량했던 달랏과는 다르게

호찌민은 후덥지근했다.


숙소 립셉션에서 방을 잘못 줬다며

예약한 방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어쩐지! 방이 좋더라니!

우리는 알겠다며

안내해 준 방으로 짐을 옮겼고

살짝 놀라긴 했다.

벽면 한쪽이 까맸는데

'리'는 그을음이라고 했고

나는 곰팡이를 확신했다.

일단..

나가자.

(해결은 나중에..)


호찌민의 구역을 1군, 2군, 3군... 이런 식으로 나뉘는데

1군은 관광, 쇼핑, 야시장 중심으로

벤탄시장, 사이공 오페라하우스, 노트르담 성당 등이 있다.

우리의 숙소는 5군에 있었는데

5군은 차이나타운으로 전통시장과 사원,

주로 병원이 많았다.

(숙소 립셉션 직원분과 소통할 때도 중국어로 했음.

물론 파파고로.)


우리는 산책을 하다 마음에 쏘옥 드는 카페를 찾았는데

일단 현지분들이 많다는 거,

그리고 야외에 알루미늄 의자가 주르륵 깔려 있다는 거.

(이런 의자 아주 좋아한다)

알루미늄 의자에 앉는데

몸이 촥 감기면서 바로 '이곳이 극락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후로 우리는 아침마다 이 카페로 출근도장을 찍음)


특히 우리가 좋아하는 자리는,

바로 앞이 식당의 주방이어서

주인할머니와 아주머니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

어린 손주가 한 편에 자리 잡고 앉아 태블릿을 보는 모습

그러다 할머니와 오토바이를 타고 어딘가로 가는 모습

손님들이 주방을 통해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

개들이 혼자 산책하는 모습

주변 상인분들이 오토바이에 짐을 싣고 이동하는 모습

그리고

이곳이 정글일까, 싶을 정도의 새소리를 듣는 것.

그 새는 분명 같은 새였는데

소리가 들려올 때

우리는 하던 대화를 멈추고 새소리에 집중하곤 했다.


여행에서 시티투어버스는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데

1군에서 시티투어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1군은 다른 세상 같이 느껴졌다.

야간투어버스를 탔는데,

처음에는 배를 타는 것 같은 기분에 신기했고

서울에서도 타보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다 서서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만 계속 보게 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면

화려하고 아름다움 이면의 모습들이 보인다.

이건 뭘까,라는 생각이 계속 두둥실 떠다녔던 시간이기도 하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밤에 걷던 워킹스트릿이었다.

그 이후로는 메인 워킹스트릿을 피해 걸었다.


꼭 사고 싶은 알루미늄 주전자가 있었다.

아무리 시장을 돌아다녀도 보이지 않던 주전자였는데

아주 작은 시장에서 혹시나 싶어 들어간 가게에서

물론이지! 하는 표정으로 한 다발을 꺼내오실 때

그 감격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 순간을 '리'가 사진으로 남겨줬다)


숙소방의 곰팡이를 한참 들여다봤다.

곰팡이 벽 틈으로 아주 작은 벌레들이 꿈틀거렸고

무엇보다 나갔다 들어오면 냄새가 심했다.

우리는 곰팡이 얘기를 꺼내며 방을 바꿔달라고 했고

직원은 물론이지, 하며 방을 바꿔줬다.

진작 말할걸.. 하며 그 방에서 하루를 보낼 걸 잠시 후회했다.


버릴 옷들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곳을 감싸 베트남으로 자전거를 보냈는데

감쌀 것들이 없으니 우리는 그냥 가방에 넣어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설마 어떻게 되겠어. 어떻게 된다면, 자전거 샵에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그랩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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