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검진,

리리의 일상다반사

by 리와 리


조이와 파브리앙(=다혼 보드워크 D7 16인치 자전거)과 함께 베트남을 다녀온 후,

이들은 바람이 빠진 채 트렁크 안에 놓여 있었다.


오늘 유독 날이 따뜻했고

앞으로는 따뜻해질 일만 남았으니

자전거를 살펴봐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조이와 파브리앙을 만나기 전

리리는 따릉이를 타고 이곳저곳을 누볐다.

뭔가 발바닥에 촥촥 감기는 따릉이를 만나면

그날의 기분은 최고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리'가 제안을 한다.

'우리도 자전거를 사지 않을래?'


'따릉이면 충분하지 않아?'

라고 나는 말을 했다.


그렇게 흘러가나 싶었는데

'리'는 자전거 유튜브 시청으로

내 눈과 귀를 자극했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설렘을 느꼈다.

'그래, 따릉이와는 함께 하기 어렵지..' 하며

내 마음도 일렁거렸다.


'리'와 나는 각자의 시간 속에서

그리고 함께 한 시간 속에서

자전거를 타왔다.


나는 자전거를 홀로 배웠다.

초등학생 때,

외할아버지의 오래되고 높은 자전거를 끌고

대문 밖을 나섰다.

발끝을 한껏 세워야 페달에 발이 닿았는데

핸들을 거칠게 좌우로 흔들어대다

결국 얼마 못 가 옆 집 밭으로 자전거와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가 낮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잠시 기절을 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저절로 자전거를 타게 됐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만끽하고 감탄하는 순간들을 많이 만난다.

여기에 소곤거리는 바람까지 불어오면

이곳이 지상낙원인가 싶다.

걸어서는 무리인 곳도,

차로는 무리인 곳도

자전거 하나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이 때는 일이 많아서

돈을 '좀' 벌었다.

여기서 '좀'은 사회적 기준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나는 우리에게 자전거를 선물해 주기로 했다.

내친김에 헬맷까지.

내친김에 자전거 용품까지.


마실용 자전거이지만

우리는 이 마실용 자전거를 타고

일본과 베트남을 다녀왔다.

국내에서는 자전거국토종주를 위해

틈틈이 달리고 있다.


그리고 오늘 첫 정비를 받으러 자전거샵으로 향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

패킹을 전혀 하지 않아서 걱정했지만

외관상 큰 문제는 없어서 다행이다! 생각했었다.


건강을 검진받고 있는 파브리앙과 호명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조이.



'자전거가 어디 내던져졌나 봐요?'

사장님의 말씀에 나는 '리'와 눈이 마주쳤다.


'드레일러가 휘었네요.'


우리는 자전거의 행적에 대해 얘기했고

사장님은 '마실용 자전거'를 거듭 강조하셨다.

지켜보는데 마음이 이상했다.


조이와 파브리앙은 거친 환경 속에서 조금씩 닳아가고 있었던 것.

움직이고 있다는 건 닳아가고 있다는 것 같기도 하고.


겉 보기엔 괜찮아서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드레일러도 휘어있고

튜브도 갈아야 했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나는 마실용 자전거를 타고 그래도 가볼 수 있는 곳까지 가보고 싶다.

이 자전거로 국토종주 그랜드슬램을 완주하면 정말 기쁠 것 같다.


'리'는 여행용 자전거에도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에..

자전거샵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이런저런 페달을 자신의 자전거에 가져다 대보고 있었다.

뭔가 귀여워 보였음.


하지만 난 말한다.

'조이와 파브리앙으로도 충분해.'


2년 다 되어서 정비를 받으러 간 것이었는데

사장님께서는 반년에 두 번은 와야 한다고 하셨다.

특히 여행을 준비한다면,

가기 전에 한 번 / 다녀온 후에 한 번


우리는 알겠다며

조금은 건강해진 조이와 파브리앙을

다시 트렁크에 실었다.


반년에 두 번은 가지 않을 것 같지만

끼익끼익 소리가 난다면

그때는 주저 없이 건강을 검진받으러 가리.

우리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