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의 일상다반사
요즘의 리리는 잔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우리에게 정해져 있는 일정이라곤,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기.
(하루도 빠진 적이 없다)
제일 지루한 운동은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아서 좀 놀라워하고 있다.
어떤 날은 이를 악문 채
어떤 날은 설렁설렁
어떤 날은 거친 숨을 내쉬며 운동을 한다.
그리고 샤워실에 들어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좋음을 느낀다.
이 좋음에는 '오늘도 운동했다!' 하는 좋음도 담겨 있다.
리리는 이렇게 저렇게 운동을 하며 매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둘 다 혈색이 좋아짐을 느끼고 있음)
요즘의 리리는 허리띠를 꽈악 졸라 매고 있다.
비수기를 위해 모아둔 돈이 2월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용도로 모아둔 돈을 꺼내 쓸 수는 없다.
그럼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다.
그래서 나가서 벌어야 함.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얼마 전에 배달일을 시작했다.
복마니(=자동차)를 타고!
'리'가 콜을 잡으면
우리는 복마니를 타고 건네받을 그것이 있는 그곳으로 간다.
그리고 배달물품을 품 안에 꼬옥 안고
도로 위를 달려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그곳으로 간다.
뼈다귀해장국부터 피카츄돈까스까지 다양하다.
처음에는 드라이브도 하고 수다도 떨고 돈도 벌고,
일석삼조네! 하며 좋아했는데
밤 10시가 넘어가니 둘 다 급격히 말이 사라짐.
이후에도 '리'가 배달을 하고 있는데
이 돈은 분산해서 생활비에 넣을 예정이다.
(그 외.. 당근에서 반려동물 돌봄 아르바이트를 눈여겨보고 있음)
돈은 너무 중요하지만
돈으로만 채워진 하루는 원하지 않는다.
'검열자아'는 자주 돈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본래의 자아'는 더 자주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둘은,
아침산책에서 오리들이 잠수하는 걸 유심히 바라보거나
거대한 잉어를 보며, 잉어의 삶을 상상해 보거나
천 근처에 앉아 올해는 어떤 자전거 여행을 떠날지 대화를 나누거나
좋은 생각을 나눈 날에는 한껏 들떠 룰루랄라 하거나
봄이 오는 것 같다며 눈을 감고 바람의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거나
고양이다! 하면서 볕 쬐는 고양이를 스쳐지나가거나
걷다 보니 배가고파 평소 좋아하던 막국수를 먹으러 간다거나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 나뭇가지를 물고 와 집을 보수하는 까치를 바라본다.
작년 한 해를 열심히, 성실하게 보냈는데
이 잠깐의 비수기도 못 누리냐! 싶은 마음이 든다.
'리'는 최강록 셰프로 빙의해
냉장고에 숨어있던 재료들을 꺼내
맛있는 음식들을 만들어준다.
'리' 덕분에 매 끼니 맛있고 건강하게 먹고 있다.
'리'는 재미있게 살자며, 하이파이브를 건넨다.
나는 '리'에게
2월이 지나고 3월이 지나고 곧 바빠지게 되면
지금의 이 시간을 그리워할 테니
마음껏 누리자고 이야기를 한다.
불안해하지 말자고!
내일도 우리는 아침산책을 마치고
헬스장으로 출근도장을 찍겠지.
내일은 기구를 통해 근력운동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아, 좋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