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꽂이,

리리의 오래 걸리는 실험_하나

by 리와 리


리와 리는 오래전부터 '집을 비우는 것'에 대해 생각해 왔다.

하지만 비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는데

이건 이래서 안 되겠고

저건 저래서 안 되겠고

이건 좀만 있다가,

저건 좀만 더 고민해 보다가

하는 게 대다수였다.


마음을 다잡고 오늘은 좀 비워보자! 하면

쓸모를 다한 카드와 나오지 않는 펜, 언제 갈지 모르는 카페쿠폰 등이 다였다.

버려도 티가 안 나는 것들이 많았고 그마저도 몇 번의 고민이 필요했다.


나는 잘 버리지 못한다.


먼저

각각의 물건에, 그때의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자주 들여다보지는 않아도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하면, 추억에 잠기곤 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쓰지 않을까,라는 생각.

지금은 너저분함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분명 대단하게 쓰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지금은 빛을 못 보고 있지만

언젠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머뭇거리게 만든다.


오늘은 날씨가 좋았고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집이 너저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책상 서랍을 열고 버릴 것들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정리정돈으로 끝나버리자

쳇지피티의 도움으로

미니멀을 위한 판단 기준을 살펴보았다.


(마음이 열정적이었으므로 적어서 수납장에 붙여놓음)


자, 시작해 볼까!

하고 수납장을 열어 전부 꺼내놓았는데

모닝페이지를 썼던 노트들이 한가득 나오는 것이었다.


노트들을 훑어보는데 갑자기 감정이 널뛰기 시작했다.

흥분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그렇게 계속 바라보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노트들을 수납장에 그대로 넣었다.

(회피였음)


그리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연필꽂이.


연필꽂이 안에 꽂혀 있던 것들을 전부 꺼냈다.

그리고 안 나오는 펜들을 분류하고

나머지를 연필꽂이에 넣으니

이전의 정리정돈과 별반 다른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수납장에 붙여놓은 판단기준을 다시 읽어보고

다시 분류를 시작했다.


1. 잘 나오지 않는 펜

-이건 무조건이지!


2. 잘 나오는 펜임에도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은 펜

-너무 많아, 많아 하며 비교적 어렵지 않게 분류할 수 있었다.

심지어 있는지도 몰랐다.


3. 몽당연필

-열심히 썼구나.. 하며 만지작 거리다가,

전혀 쓰지 않아. 있는지도 몰랐어, 하며 분류.


4. 똑같은 30센티 자

-'리'와 어떤 자가 더 튼튼해 보이는지

비교해 보고 파란색 자를 선택했다.


(비우기 전)




(비워내기)



새 볼펜은 새 노트와, 새 클립보드, 새 딱풀과 묶어서

당근에 나눔을 했다.


많이 비워냈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연필이 좀 많네..

(연필을 좋아한다)


오늘은 연필꽂이만 정리했다.


이렇게 매일매일, 오랫동안 비워내면

비워내고 나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리리의 오래 걸리는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