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의 오래 걸리는 실험_다섯
'거실 수납장'을 비우고
'리'가 내친김에 또 정리를 하잔다.
'리'의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다.
이번에는 찬장이다.
주황색으로 표시한 찬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열어볼까!
뭐가 많다..
이 와중에 저 기장 다시마, 정말 맛있다.
밥 지을 때, 국 끓일 때 꼭 넣어 먹는다.
다 꺼내본다.
도서관 카드가 나오는 걸 보니
구분 없이 막 넣었구나, 싶다.
2024년 유통기한이 훨씬 지난
베이킹소다도 나온다.
찬장에는 같은 것들도 많았다.
두 개의 이쑤시개통
두 개의 홍차
두 개의 보냉주전자
두 개씩인 물건은 대부분 '리'와
공연을 하며 소품으로 사용했던 물건으로
제 때 정리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필요하겠지,라는
그 '언젠가 마인드'로 쌓아두고 산 것.
알약들은 한데 모아 다른 수납장으로 옮겼다.
(제 자리를 찾아주었음)
찬장은 버릴 것이 많다기보다
정리정돈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집에서 주로 음식을 해 먹기 때문에
음식 재료는 버릴 일이 거의 없다.
고로 저 황태포도 조만간 먹을 예정이다.
전자레인지 청소도 덕분도 할 수 있었다.
정리가 끝났다.
그런데 여기서 고민이 생긴다.
분명 오래 고민하고 생각하면
버릴 것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아, 이거 쓸 거야! 하며 남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저 뜯지도 않은 새 홍차를,
지금까지 마시지 않았는데
마시겠다고 넣어둔 것은 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
몇 개 남은 콤부차는
있는지도 몰랐으면서
아! 저거 마셔야지! 하며 넣어둔 것도.
심지어 저 텀블러는 작년에 받은 건데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찬장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저 보냉주전자도 사실
공연 때나 썼지,
집에 가지고 오고 나서는
한 두 번 썼나.
즉각적인 생각으로
버려! 남겨! 했던 건 아닌지,
봄맞이 대청소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실험은 잘 흘러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