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의 오래 걸리는 실험_여섯
비운다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작업물이 든 수납장을 정리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비워가는 건가, 하는 설렘과 흥분을 느꼈었는데
이후에 비우지 못하는 이유가 늘어가면서
마음이 복잡해지고 있다.
집을 비우고 싶다는 오랜 소망에서,
봄맞이 대청소로 흘러가고 있는
이 이상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 채
다시 수납장 문을 열었다.
어떻게 되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아일랜드 식탁 밑, 왼쪽 수납장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사진을 올릴 때마다 느끼는 건데
진짜.. 너무 너저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종텀블러에 수납공간이 부족해 이곳에 넣어둔 김치통,
'리'의 커피, 그리고 저 문제의 쇼핑백들.
다 꺼내 본다.
앞치마와 냄비받침, 신문지도 나오네.
김치통은 고민이 되긴 했지만
김치통만 따로 모아둔 수납장이 있어서
그 수납장을 정리할 때 다시 살펴볼 예정이다.
쇼핑백도 아주 살짝 고민이 됐는데
주로 당근으로 판매/나눔 할 때
요긴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텀블러는 고민이 많았다.
판단 기준에 답을 달아보기로 했다.
<미니멀을 위한 판단 기준>
1. 지금도 쓰는가. 최근 3~6개월 안에 사용했는가. '언젠가'는 거의 오지 않는다.
: 최근에 사용한 적 없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았다고 바로 비우는 건 마음이 좀 그렇다.
왜냐하면 저 텀블러들을 한창 사용할 때,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골라 사용했기 때문이다.
텀블러에게, '언젠가'는 올 것 같다.
2. 없으면 다시 살까.
: 이거에 대해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없으면 다시 사지 않을 거다.
3. 이 물건이 공간 사용료를 낼 자격이 있는가. 자리를 차지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
: 사용료라.. 가치라..
말을 아끼겠습니다.
4. 기억용인가, 사용용인가.
저 트로피컬한 텀블러는 스페인 스타벅스에서,
키위새가 그려진 텀블러는 뉴질랜드에서,
베이지색 텀블러는 일본에서 사 왔다.
구입할 때의 내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리 사용하기도 '했었다.'
5. 나의 현재 삶과 맞는가.
: 현재 삶이라..
맞는 것 같다..
6. 관리 스트레스를 주는가.
: 절대 안 준다.
7. 대체 가능한가.
: 절대 가능하지 않다.
미니멀은 곧 현재 삶을 더 중요하게 선택하는 연습이라고도 한다.
감정은 참고용이고 기능+현재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그런데 사람이 어찌 매뉴얼대로 움직일 수 있겠나 싶다.
리리는 그럴 수 없다.
'리'도 저 텀블러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미니멀을 위한 판단기준>에서 물건을 남길 때
필요+사용+'편안함'을 주는지 묻는다.
그렇다면, BIG YES!!
분류를 했다.
위에는 버린다.
아래는 보관한다.
쇼핑백은 버리기로 했다.
저걸 왜 쌓아두고 있었는지..!
텀블러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 다른 수납장으로 옮겼다.
다시 한번 비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