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의 오래 걸리는 실험_여덟
가계부를 쓰는데
문득, 2019년부터 썼던 가계부가 생각났다.
내 가계부들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이 안 나면 펼쳐서 찾아볼 수 있다.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지만
버려! 버려! 를 외치며
종량제 봉투에 버렸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나는 갑자기 우울해졌다.
본격적으로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부터였다.
(그때부터 수기로 썼었음)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알고 싶었고
기록하다 보니 재미가 붙어
짧은 일기형식으로 쓰기도 했었다.
예를 들면,
'3월 5일 금 / 식비 7000 / 친구랑 떡볶이, 순대 먹음. 다음에는 꼭 튀김도 먹을 테야.'
7월 8일 일 / 쇼핑 2000 / 뭐지? 뭐에 2000원을 쓴 걸까? 기억해 기억해줘!'
뭐 이런 식이 었다.
그 뒤로는 짧은 일기형식보다는
기억하기 쉽게 정리를 해나갔고
월말 정산 / 연말 정산을 통해
돈의 흐름을 보는 것에
잔잔한 재미를 느꼈다.
고정수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정지출이 많아서 정리가 시급한 건 아니지만
프리랜서의 삶을 살며..
절약하면서
때로는 나름의 과소비를 하면서
요리조리 돈을 모아가는
경제성장기록물 같은 것이었다.
가계부,
나에게 무척 소중하네.
쳇지피티에게 물어본
<미니멀의 판단 기준>에 너무 의존한 것은 아닌지
그 안에 나만의 판단기준은 없었던 것 같아
마음이 쓰라렸다.
혹시나 싶어 1층으로 내려가봤는데
전날 버린 종량제 봉투가 쓸쓸하게 놓여있는 것이었다!!!
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종량제봉투를 그대로 끌어안고 집으로 올라왔다.
그렇게 해서 가계부는 지금 수납장에 있다.
또 한 번의 고백..
그리고 시작된 정리.
열어볼까.
이곳에는 주로 컵과 각종 차, 커피 드립퍼, 그라인더 등이 있다.
많기도 하여라.
'리'와 정리를 시작했다.
놀랍게도 정리 중인 사진이 아니라
정리를 끝낸 사진이다.
먼저, 얼마 없는.. 정리된 것들은
꽃차나 가루녹차는
여행을 하며 기념으로 사 온 것인데
여행 직후에는 홀짝홀짝 마시며
그때의 시간을 떠올리며 즐겼는데
이런.
유통기한이 한참이나 지났네.
심지어 하나는 뜯지도 않은 새 제품이다.
꼬꼬찜기는(달걀찜기),
너무 싸게 사서 그런지
혹은 제대로 사용을 못해서 그런지
전자레인지 안에서 늘 터지기 일쑤.
터지는 소리에 매번 놀랐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써보겠다고
전자레인지에 넣자마자
귀 막고 문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적도 여러 날,
이제 보내주련다.
4개의 냉온컵은,
냉온컵이 많은 친구의 나눔으로
신나게 집으로 가져왔는데
1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서
정리를 결심했다.
정리하지 않고
수납장에 보관하겠다고 한 컵들은
리리의 욕심이다.
욕심이 앞설 때는
그 어떤 것으로도 설득되지 않는다.
똑같은 잔들이 많음에도
1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음에도
'언젠가'의 늪에 빠지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없으면 우울할 것 같지도 않은데..
우린 정리하지 못했다.
정말 오래 걸리는 실험이군.
<미니멀을 위한 리리의 판단기준>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