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수납장,

리리의 오래 걸리는 실험_아홉

by 리와 리


리리는

지원사업에, 오디션에, 곧 있을 공연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디션 지원을 끝내고

오랜만에 여유를 느끼고 있는데

'리'가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우리 비우자!'


이때 살짝 긴장을 했는데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미니멀 고수들의 유투브를 보며

속도를 높이던 '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동물다큐를 본다)


오늘은 주방에 있는 수납장 여러 군데를 정리할 예정이다.


1차적으로 아래 세 군데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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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각종통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이제 꺼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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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지끈거렸다.

심지어 쓰지도 않는 통들이 대다수였다.

'리'는 커다란 투명비닐을 꺼내

과감하게 버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자주 쓰는 통들만

남겨두기로 했다.


그리고 페트병에 담긴 곡식들은

남겨두기로 한 통에 옮겨 담았다.


정리를 하면서 느낀 건

잘 비우려면

먼저 물건들의 자리를 찾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

그때 무엇을 비우면 좋을지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걸 보는 게,

기분을 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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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자주 쓰는 통과 주먹밥틀을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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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이 든 페트병과 밥솥, 플라스틱통들이 한데 모여있었는데

이곳은 곡식들의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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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밥솥과 에어프라이기, 요거트기계 그리고 쌀통이 함께 있다.

시골에서 햅쌀 40킬로를 보내주셨다.

남겨둔 김치통에 햅쌀을 나눠 담았다.



이 여세를 몰아,

5군데를 더 하기로 했다.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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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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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리를 찾아줘야 할 것들은 제 자리를 찾아주고

3개의 주걱은 하나만 남기고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쓰지 않는 나무젓가락들도 정리하기로 했다.

베스킨 숟가락,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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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리가 되었다.

나무뒤집개에게는 버거운 자리 같지만

적당한 자리를 찾지 못했다.

당분간은 이곳에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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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알뜰살뜰 돌보지 않은 것에

깊이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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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백은 지퍼백끼리 모아 가장 큰 지퍼백 안에 넣어

다른 수납장으로 옮겼다.

행주들은 행주들의 자리를 찾아,

믹서용품들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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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었다.

후에 이곳에는 비닐팩과 나무젓가락묶음,

그리고 시골에서 보내주신 씨간장이 이사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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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없이 한데 섞여 있다.

수납공간이 많으니

여기저기 숨기기 바빴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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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시락을 잘 싸다니기 때문에

도시락통은 소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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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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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후)

주로 사용하는 그릇들이 모여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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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들은 제 자리를 찾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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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리가 끝이 났다.


이번 정리에서는

수납장에 붙여놓은

<미니멀을 위한 판단기준>을 살펴보지 않았다.


우리의 판단기준이 필요했다.


물건들에게 제 자리를 찾아주는 것,

사용하지 않는 것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사용하는 것들로만 수납장을 채웠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남겨둔 것이 있다.

바로 김치통.

우리는 오래전부터

김치를 담가보고 싶어 했기 때문에,

몇 개의 큰 김치통은 남겨두기로 했다.

'언젠가'는 김치를 담글 거야! 하면서.

여기서의 언젠가는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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