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가을,

리리의 일상다반사

by 리와 리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 토요일이다.

주말의 냄새는 평일의 냄새와 다르다.


주말 냄새는 화창하고 산뜻하고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마음이 일렁거리는 냄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느꼈는데

그건 곧 나에게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생겼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올해 초부터 리와 리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무런 일정이 없는, 몇 없는 토요일이 귀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리와 리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주말에도 왕왕 일을 할 때가 있다.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운 편임에도 불구하고 평일과 주말의 다른 감각은

초등학교 때부터 몸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듯하다)


오늘은 그 몇 없는 토요일 중, 토요일이다.


집에, 사과가 두 박스나 있다.

하나는 '리'의 큰 외삼촌이 밀양에서 보내주신 사과이고

(밀양얼음골에서 사과농장을 하신다)

또 하나는 엄마께서 보내주신 청송 사과이다.


이 많은 사과를 어찌할꼬! 하다가,

동네친구들과 나눠 먹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양에서 온 사과


우리는 평소 잘 나누지 못하는데

이렇게 한 번씩 나눌 기회가 생기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과를 나눔 하고 집으로 돌아와

내친김에 밀린 청소를 했다.

그동안 버거운 시간을 보냈을 집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

(그 사이 '리'는 친구와 커피타임을 가졌다)


모든 창문을 활짝 열고

침대시트와 베개닢을 전부 벗기고

건조기에 며칠 째 방치되어 있던 옷들을 꺼내 개고

쓸고 닦고

수납장 위에 널브러져 있던 옷들을 전부 빨았다.

옥상에 이불을 너니

마음이 개운해진다.


식물의 시간


식물들에게도 모처럼만의 여유를 주고 싶었다.

'리'의 지극정성으로 살아난 블루스타 고사리와

자신의 속도로 자라고 있는 홍콩 야자,

그리고 햇수로 4년째 함께 살고 있는 넘초크까지.


좋은 날씨는 만끽해야 하므로,

우리는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리와 리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이곳저곳 탐험하는 걸 좋아한다)






요즘의 리리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쉼이란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하루이다.

요즘에는 어떻게든 좋아하는 것, 그 한 조각을 꼭 꽂아 놓으려고 한다.

일이 많아지면서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양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늘 우리는 여러 조각을 꽂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