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여행,

배낭을 멘 리리

by 리와 리


토요일,

'리'와 함께 어떤 하루를 보낼지 고민을 하다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그럼 어디를 가볼까나.

'리'가 충남 당진이나 동해는 어떠냐고 묻는다.

나는 가벼운 드라이브를 생각했는데

'리'의 제안은 굉장히 파격적이고 설레는 제안이었다.


당진으로 가보자!

얼마 전 이동진 평론가님이 '신리성지'에 대해 말씀하시는

영상을 보기도 했고 그리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어서 궁금하기도 했다.


우리는 몇 달 전에 중고 자동차를 샀다.

'리'는 동료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료에게서 차를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때 나는 뭔가 사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차가 없으면 정말 불편한 환경에 있지는 않으나..

'리'는 사진촬영 일도 겸하고 있는데

무거운 촬영 장비를 들고 대중교통을 타며 고생하는 '리'를 보면서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촬영을 다녀오면 목과 어깨가 잔뜩 굳어 힘들어하던 '리')

그리고 또 우리의 지경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혼자 하고 있었는데

'리'에게서 얘기를 듣게 된 것이었다.


프리랜서인 우리는 올해 감사하게도 달마다 활동비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하고 있는 일에, 확장과 깊이의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 활동비의 일부를 겨울나기를 위해 모으고 있었는데

그 모은 돈으로 자동차를 구입한 것.

시세보다 저렴하고

무엇보다 경차라서 좋았다.


이름도 지어줬다.

'복을 많이 가져다줘!' 하는 마음으로,

'복마니'


우리는 느지막이 당진 합덕읍에 위치한 '신리성지'에 도착했다.

첫 느낌은 쓸쓸하다, 였는데

그건 아마 계절과 날씨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신리성지 내부에 있는 순교미술관에는

당시 순교자들의 초상화와 함께

순교의 역사 및 신리 교우촌의 신앙생활을 기록한 순교 기록화가 전시되어 있는데

역사적 배경이 부족했던 내게는 도움이 되었다.


천주교가 박해받던 시기,

신앙에 대한 믿음으로 기도를 드리던 사람들의 시간을 떠올려본다.

그 믿음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무언가를 온전하게 믿어본 적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건 너무 긴 얘기가 될 것 같아 잠시 고이 접어두기로..


이제 우리 뭐 할까?

일단 저녁을 먹자.

식당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해가 지니 어둠은 빠른 속도로 내려앉았다.

도시와는 달랐다.

나는 진짜 어둠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낯설지만 익숙했다.

아니, 익숙한데 낯선 걸까.


낯선 동네를 탐험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문 연 식당을 찾겠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탐험할 때마다 '리'는 내게 묻곤 한다.

'여기서 살라면 살 수 있겠어?'

그럼 나는 대답한다.

(상황에 따라 다른데) 이번에는 '아니'였다.

그곳은 내 마음의 어느 부분을 톡 하고 건드리는 곳은 아니었기 때문.


우삼겹 쭈꾸미 철판 볶음에 우동사리,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먹은 우리는

집에 갈 것인가, 자고 갈 것인가를 고민해 보기로 했다.


무리해서 갈 필요가 뭐가 있나 싶어 자고 가기로 했다.

숙소를 정하는데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대체적으로 숙소에 큰돈을 쓰지는 않는다.


우리는 3만 원 후반대의 무인모텔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술을 먹지 않는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보일러와 전기장판 덕으로

방바닥도 뜨끈뜨끈

침대도 뜨끈뜨끈

굉장히 잠을 잘 잤다.


다음 날 아침,

계획이 없는 우리는 한진포구로 향했다.

'리'는 차 안에서 수다 떠는 게 좋다고 했다.

우리만의 작은 방 같다고.

우리의 이야기는 두서가 없는 것 같지만

늘 같은 맥락 안에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트렁크에 실어둔 자전거를 꺼내

근처를 돌아다녔다.

나는 '시골'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집에 간다고 하면 좋아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코 끝으로 시골냄새가 스친다.

이 냄새, 내가 잊고 지내던 냄새.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나에겐 시골이 사라졌다.

그리운 냄새다.

도시에서는 절대 맡을 수 없는 냄새.


당진전통시장에서 시간을 보낸 우리는

곧 서울로 향했다.

도시와 가까워질수록

차가 많아졌다.

서울 중심부에서는 차가 꽉 막혀 길 위에서 시간을 꽤 오래 보냈다.


이대로 마무리할 수 없다며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샀다.

아이스크림을 와구와구 먹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니

잠이 솔솔 온다.


'리'는 꿈나라로

나는 타자기를 톡톡톡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