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멘 리리
리리는 2026년 새해를
태국에서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낯설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12월 말이 되었고
부랴부랴 티켓을 알아보던 우리는
'역시 비싸군..'
하며 마음을 고이 접었더랬다.
운 좋게 저렴한 항공권을 찾아
베트남 다낭으로 떠나기로 했다.
위탁수하물이 무려 20킬로.
둘 다 1월 말에 예정되어 있는 일정이 있지만
어디에서 서울로 돌아올지 몰라
일단 편도로만 끊었다.
더운나라면 좋겠고
자전거를 탔으면 좋겠고.
이 두 가지면 충분하지, 싶었다.
작년 초, 일본 시즈오카에 자전거를 가지고 갔을 때는
처음이라 심혈을 기울여 패킹을 했다.
다이소에서 뽁뽁이와 창문틈새막이를 사서
꼼꼼하게 했는데 너무 낭비다,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옷장정리도 할 겸
버릴 옷들로 패킹을 하기로 했다.
리와 리의 여행에는
딱히 계획이랄 게 없다.
그날 하고 싶은 걸 하거나
나름 계획을 세워보지만
대체로 계획이 지켜지지 않는 걸 지켜보는 편이다.
유심이나 로밍보다는
발길 닿는 대로,
구글 오프라인 지도를 의지하는 편이다.
골목골목 누비는 걸 좋아하고
관광객이 비교적 적은 곳을 좋아한다.
그런데 갑자기 그랩이라는 신문물을 알게 되면서
유심을 사야 하나 했지만
결과적으로 무료와이파이를 이용해
그랩에 자전거를 싣고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다낭공항에서 숙소까지 자전거로 10분이 채 안 걸려서
자전거를 타려 했으나
바퀴 바람을 다 빼는 바람에
그랩을 부르기로 한 것.
다행히 현금결제가 가능했다.
다낭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눈을 감고 냄새를 한껏 들이마셨다.
낯설지만 익숙한,
익숙하지만 낯선 냄새였다.
숙소에 도착해
테이블 위에 놓인 물과 라면을 먹었다.
웰컴워터와 웰컴누들이구나! 하면서.
본격적으로 먹으려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짐을 치우니
가격표가 보였다.
돈을 내는 거였구나.
그래도 배부르니 좋다, 하며 잠을 청하는데
얼마 안 있어 닭이 아침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토바이 소리.
왔구나, 동남아로!
이른 아침,
우리는 숙소 옆 자전거샵에서
바퀴에 바람을 넣고
다낭의 골목으로 향했다.